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철강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동시에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수출 감소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유럽의 제철소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철강 무관세 수입 할당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관세는 25%에서 50%로 인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는 유럽의 재산업화를 위한 새로운 철강 세이프가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EU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가 미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맞서 자체 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회원국별로 설정된 쿼터(수입 한도)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해당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내년 6월 30일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EU는 이를 연장하면서 관세율을 2배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세이프가드 강화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EU 집행위 내부에서는 “유럽 내 철강산업 보호가 시급하다”라는 의견과 “고율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라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철강업계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미국과 함께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액은 44억 8,000만 달러(약 6조 3,000억 원로, 미국(43억 4,700만 달러)을 앞질렀다. 관세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 물량 축소와 함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최근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EU 양쪽 모두가 고율 관세를 적용할 경우, 수출 전략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복귀로 미국 시장이 이미 불안정한데, EU까지 관세를 올리면 사실상 주요 수출길이 막히는 셈”이라며 “정부 차원의 통상 대응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EU 조치가 단순한 산업 보호를 넘어 글로벌 제조업 경쟁 구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유럽이 자국 산업 중심으로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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