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민의힘이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내홍에 빠졌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의 연이은 정치 행보가 ‘당대표 도전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와 중진 의원 간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싼 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김문수 전 후보는 최근 나경원·안철수 의원과 만나 감사를 전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내에선 이를 두고 차기 당권을 향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전 후보 측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손학규 전 지사 등 과거 지지 인사들과의 만남도 예정이라며, 대선 이후 행보가 단순한 인사 수준을 넘어선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당 내부에서는 김 전 후보의 복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그의 정치적 상징성과 투쟁력을 이유로 ‘추대론’까지 제기되는 한편, “중도 확장성이 없다”,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불가론’도 만만치 않다. “전쟁에서 패한 장수로는 안 된다”라는 직설적인 비판도 나온다.
한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9월 전당대회 개최를 시사하자, 지도 체제를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친한동훈계는 정기국회 전 새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며 ‘8월 전대’를 요구하는 반면, 친윤계는 조정을 강조하며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하면서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전당대회 시기와 방식에 따라 차기 공천권과 당내 주도권이 갈리는 만큼, 계파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환상에 빠져 패자의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당권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당 쇄신보다 권력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그들(친윤계)에게 중요한 건 대선 승리가 아니라 헤게모니(주도권)를 지키는 것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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