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 모(29) 씨는 3년간 교제하던 연인과 대선 TV 토론을 함께 시청하던 중 심한 언쟁 끝에 결국 결별했다. 처음부터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관련 대화를 피하며 큰 갈등 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이슈가 사회 전반을 뒤덮으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상 대화 속에서도 자연스레 정치 얘기가 오갔고, 계엄과 탄핵 문제를 두고 서로의 입장을 두고 언쟁이 반복됐다. 결국 “그런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과 인생을 함께할 수 없다”는 말이 관계의 끝을 알렸다.
6·3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지지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연인, 친구, 가족 간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벽보 훼손 등 범죄뿐 아니라 일상 속 인간관계까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지모(29) 씨는 13년 된 친구와 대선 주제로 다투다 연락을 끊었고, 우모(33) 씨는 가족 간 갈등을 피하고자 집에서는 뉴스를 아예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손절했다’는 게시물이 수천 건 올라와 있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관계가 단절되는 사례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의 시사점’에 따르면 응답자의 58%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편을 갈라 극성 지지자를 만드는 것이 현재 정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라며 정치권이 극단적 대결 구도를 조장하면서 사회 전반에 인간관계 단절과 피로감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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