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진행, 말기 발견 많아
소변·허리통증, 주요 신호
검진으로 조기발견

조 바이든(83) 전 미국 대통령이 뼈까지 암이 전이된 전립선암(전립샘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립선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별다른 초기 증상 없이 진행되는 특성상, 허리 통증이나 소변 이상과 같은 경미한 증상을 놓치면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아 중년 남성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바이든 전 대통령 사무실은 18일(현지 시각) “바이든 전 대통령이 17일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으며, 글리슨 점수 9점의 공격적인 암으로 뼈까지 전이된 상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글리슨 점수는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10점에 가까울수록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9점은 매우 공격적인 고등급 전립선암으로 분류된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뼈로 전이된 전립선암은 기수로는 4기이며, 이 단계에서는 암세포가 혈관과 림프를 타고 다른 장기나 뼈로 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립선암은 해골, 갈비뼈, 팔다리뼈 등 어느 뼈로든 전이될 수 있지만, 골반뼈나 척추뼈 등 몸의 중심축에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이 없어 암을 자각하지 못하다가, 뼈 전이로 인한 통증이나 골절로 병원을 찾은 뒤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실제로 허리통증이나 척추 골절 등으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찾았다가 전이성 전립선암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하유신 교수도 “전립선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들이 진단받고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뇨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배뇨장애 증상으로는 소변 줄기 약화, 잔뇨감, 소변 시작의 어려움 등이 있다.
전립선암은 조기 진단만 된다면 치료 성과가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전이가 동반된 4기 암의 경우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다. 미국에서만 매년 전립선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3만 5,000명 이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2만 754명으로, 5년 전보다 약 58% 증가했다. 전립선암은 남성에게 폐암 다음으로 흔히 발생하는 암이다.

전문가들은 혈액검사를 통해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만 놓치지 않으면 전립선암을 조기에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허준석 고려대안암병원 정밀의학연구센터장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사람은 전립선암을 놓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대통령이면 건강검진을 소홀히 했을 리가 없는데, 운이 나빴던 경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치료 방법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암이 전립선에 국한돼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절제나 방사선 치료 등 국소 치료를 통해 완치를 목표로 한다. 암이 전이되지 않은 경우, 수술로 전립선을 제거한 뒤 요도와 방광을 연결하는 방식의 치료를 한다.

하지만 뼈 전이 등으로 4기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완치보다는 전신적인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치료 목표가 맞춰진다. 박성열 교수는 “4기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이 암 조직을 자극해 자라기 때문에, 호르몬을 차단하는 항호르몬 치료가 기본”이라며 “최근에는 2~3가지 항암제를 병합하는 복합 치료도 병행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전립선암 신약 개발이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국내 바이오 기업 유빅스테라퓨틱스로부터 전립선암 치료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을 시작했으며, JW중외제약의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도 전립선암 관련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의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225)를 확보해 방사성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의료계는 전립선암이 나이 많은 남성에게 잘 생기는 ‘고령암’인 만큼, 40세 이상 남성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매년 1회 이상 전립선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직계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 위험이 일반인의 3~10배까지 높아질 수 있으므로, 30대부터 검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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