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를 통해 축구 팬들의 열정에 감명받은 배우 롭 매컬헤니는 쇠락한 도시의 축구팀을 인수해 지역을 다시 일으키고자 했다. 그의 선택은 웨일스 북부 소도시 렉섬을 연고로 하는 잉글랜드 5부 리그 팀 렉섬 AFC였다. 1864년 창단된 렉섬은 세계에서 셋째로 오래된 축구 클럽으로, 현재까지 사용되는 경기장 중 가장 오래된 레이스코스 그라운드를 보유하고 있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매컬헤니는 사업가로도 성공한 레이놀즈를 떠올렸고, 결국 두 사람은 2020년 11월 렉섬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레이놀즈는 “단순한 사업이 아닌, 이곳 사람들과 오래 남을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두 사람은 약속을 지켰다. 전문 경영진을 영입하고 훈련장과 경기장을 새로 단장했으며, 경기 날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축구를 지역 사회의 축제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특히 다큐멘터리 ‘웰컴 투 렉섬'(디즈니플러스)을 통해 구단 운영 과정을 공개하며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성과는 눈부셨다. 구단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급증했고, 지역 방문객 수는 2019년 대비 220% 늘었다. 구단 가치는 200만 파운드(약 38억 원)에서 1억 2,000만 파운드(약 2,300억 원)로 뛰어올랐다.
성적도 뒤따랐다. 2021년 여름, ‘승격 전문가’ 필 파킨슨 감독을 영입한 이후 렉섬은 2022-23시즌 5부 리그 우승, 2023-24시즌 4부 리그 2위를 차지하며 3년 연속 승격에 성공했다. 지난 27일 찰턴을 3대0으로 꺾으며 승점 89점을 확보, 최종전과 관계없이 2부 리그(챔피언십) 승격을 확정 지었다. 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 종료 후 팬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선수들을 목말 태우고 이름을 연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레이놀즈는 “5년 전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꿈꿨을 때 모두가 비웃었지만, 이제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