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금액 5조 달성” 불안한 정세에도 투자 쏟아졌다는 업계

벤처캐피탈 투자 금액 5조 달성
ICT 바이오 의료분야 부상
신규 펀드 결성 금액 감소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투자 규모가 활발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 금액은 5조 6,411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의 4조7,693억 원보다 18.3%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 재원 지표는 감소세를 보이면서 이중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VC 협회가 발표한 ’11월 벤처캐피탈 마켓브리프’에 따르면 벤처 투자 활성화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이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투자 금액의 증가에 큰 역할을 한 부분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바이오·의료 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다.

ICT 서비스 업종은 지난해 전체 벤처 투자에서 3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바이오·의료(15.8%)와 전기·기계·장비(13.7%)가 뒤를 이었다. 이는 디지털 전환과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해당 분야의 벤처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벤처기업들의 업력별 투자 분포를 보면 후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체의 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중기(35%)와 초기(20%) 단계가 뒤를 이었다. 후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은 안정성과 수익 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기업의 상장 가능성과 함께 벤처캐피탈의 투자비 회수 전략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벤처캐피탈 업계의 신규 투자 재원 지표는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규 결성된 조합은 250개로 총 약정금액은 5조 1,437억 원이었다. 이는 재작년 동기 대비 조합 수는 2.3%(6개), 약정 금액은 8.9% 하락한 수치다.

특히, 신규 펀드의 주요 출자자인 모태펀드의 비중은 22.7%로 가장 높았으나, 금융기관(17.3%), 일반법인(16.5%) 등 다른 주요 출자원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 등 외부 요인이 벤처캐피탈의 자금 조달 환경에 영향을 주었음을 시사한다.

벤처캐피탈 투자기업 수 또한 증가세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기업 수는 2,210개로, 2023년 동기의 2,068개사 대비 6.9%(142개사) 증가했다. 투자 확대는 기업 성장 지원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벤처캐피탈이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이와 함께 지난해 벤처캐피탈의 투자 기업 중 상장사 비중 또한 상승했다. 101개 신규 상장사 중 63개사가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았으며 이는 전체의 62%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재작년 54.3%에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벤처캐피탈의 투자 성과가 평년 수준을 회복했음을 보여준다. 벤처투자와 기업 상장 간의 연관성은 벤처캐피탈이 자금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의 성장과 상장 준비까지 지원하는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벤처투자회사 수 증가 속도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벤처투자회사 신규 등록은 10건, 말소는 7건으로 그쳤다. 이는 2022년 42건의 등록과 비교하면 대폭 감소한 수치이다. 

최근 전문가들이 꼽은 벤처투자의 증가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정부의 지원 정책, 디지털 전환 가속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시장의 관심 증가 등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고금리 환경 등은 벤처투자 환경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벤처캐피탈 업계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출자 구조의 다변화와 투자 포트폴리오의 균형 있는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해 벤처 생태계 전반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