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소득 2천 넘어 대거 탈락
31만 명 지역가입자로 전환
건보 ‘무임승차’ 기준 강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공적연금 수급자가 31만 명을 넘어섰다.
보도에 따르면, 남편의 직장 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된 68세 여성 A 씨는 최근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올해 초 처음 받은 건강보험 고지서에는 약 10만 원의 월 보험료가 청구되어 있었다.
그간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A 씨는 연금소득이 기준을 초과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고 밝혔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피부양자에서 제외된 지역가입자는 총 31만 4,474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대거 발생한 ‘동반 탈락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부부 중 한 명만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나머지 배우자가 함께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구조다.
앞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형평성을 위해 피부양자 인정 소득 기준을 기존 연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대폭 낮춘 바 있다. ‘2단계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의 결과로, 연금소득 기준치를 넘은 수급자들이 배우자와 동반 탈락하며 지역가입자로 분류된 것이다.

연금 소득 이외에,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타격이 큰 상황이다. 보험료가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산정되어, 갑작스럽게 추가 보험료를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령 가구 전체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감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환 첫해 보험료의 80%를 감면하고, 이후 매년 20%씩 감면율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이들에게는 전환 1년 차 80%, 2년 차 60%, 3년 차 40%, 4년 차 20%의 순으로 보험료 감면이 적용된다.
다만 이 제도는 2026년 8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감면 기간이 끝나면 전체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피부양자 제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불합리한 ‘무임승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문제는 단순 소득 기준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판단하는 방식에 있다.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적연금은 본인이 일정 기간 납부한 기여금의 결과물인데, 이를 소득으로 간주해 다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연금은 노후 대책이며, 정기 소득이 없는 고령층에게 생활비 타격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개편의 영향을 살펴보면, 연금 종류별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이들 중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21만 9,532명(69.8%)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국민연금 4만 7,620명(15.1%), 사학연금 2만 5,217명(8.0%), 군인연금 2만 704명(6.6%), 별정우체국연금 1,401명(0.4%) 순이다.
다만 재산 기준은 기존대로 유지됐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 원을 초과하거나, 연 소득이 1,000만 원을 넘고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 4,000만 원 초과 9억 원 이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게 된다. 이는 지난 정부 시절 집값 급등으로 인한 공시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칙 자체는 타당하다. 정책의 방향성도 명확했다. 그러나 연금소득이 고령층에게 갖는 의미를 충분히 고려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 연금이 노후 생계를 지탱하는 유일한 자산일 경우, 일반적인 소득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남는다.
정책 너머 변화가 각자의 삶에 어떻게 가중될 것인지, 그 무게 또한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댓글1
정부의 독재성을 유추할 수있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