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95% “하늘이법 반대”
의사들 “우울증=범죄 아냐”
낙인보다 지원 필요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교육기관 종사자가 3만 5,000명에 달합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2018~2024년 상반기 우울증·불안장애 진료 현황’에 따른 통계이다. 이 숫자는 한국 교육계에서 정신질환이 더 이상 드물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대전 초등생 김하늘(8) 양 피습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고 있는 ‘하늘이법’은 오히려 교사들의 정신질환 치료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울증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교사들은 ‘정신질환을 숨기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북 교사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가 하늘이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의료계에서도 우울증과 폭력성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급한 법제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늘이법은 교원 임용 전후로 정신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재직 중 이상행동이 발견될 때 직권휴직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다. 특히, 교육부는 교원의 정신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복직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김하늘 양을 살해한 가해 교사가 우울증 치료 이력이 있음에도 복직 후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우울증과 범죄를 단순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년 동안 우울증 환자를 치료해 왔지만, 우울증이 원인이 되어 살인을 저지른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는 ‘이상 동기 범죄’에 가깝다고 분석하며, 프로파일링을 통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 교사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은 하늘이법이 오히려 교사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답자의 95%가 법안에 반대했다. 그 이유로 질병휴직을 사용한 모든 교사가 질환 교원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 정신질환 교원에 대한 편견 강화, 무고성 민원 및 아동 학대 신고 증가, 의료 정보 노출로 인한 교사의 인권 침해 등을 꼽았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은 이미 학부모 민원과 교권 침해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라며 “하늘이법이 시행되면 정신질환을 숨기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신재호 마음애사랑의원 원장은 “자책감으로 위축되거나 초조해하는 것이 우울증의 대표적인 행동 증상”이라며 “불특정인을 가해하는 것은 우울증과 거리가 멀다”라고 설명했다. 우울증 진단 기준에도 의욕 저하, 자살 생각 등의 증상은 있지만 공격성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은 73.6%에 달하지만, 치료를 받은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로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13.7%)과 ‘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 우려’(12.9%)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즉,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이 강해질수록 치료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백종우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치료를 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자해·타해 경고 신호가 있을 때 전문가가 즉시 개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하늘이법을 추진하는 교육부는 법안의 목표가 ‘정신질환 교원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과연 법이 ‘선별’이 아니라 ‘지원’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재호 원장은 “정신질환이 있는 교사들을 ‘잠재적 위험군’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겪는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건의 본질을 정신질환 문제로 몰아가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교사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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