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후보 50억 기부 공약 앞세워
허정무 후보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
선거 하루 전날 잠정 연기돼
지난해 12월,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선거가 막이 올랐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12년 만의 일이다. 후보 등록 첫날인 25일에는 정몽규 KFA 회장이 가장 먼저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날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도 등록을 끝냈다.
6일,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지 4개월 만에 대한축구협회장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신문선 후보는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치적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그동안 정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으면서 지지하게 된 뒷배경이 궁금하다”라고 말하며 한국지도자협회의 지지 발언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 후보는 선거 하루 전날인 7일 축구 산업 발전 플랫폼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책임지고 완성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50억 기부’ 공약을 내세웠다. 4선 연임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 후보의 ‘50억 기부’ 공약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까? 대한축구협회의 회장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지하거나 제한되는 행위는 「위탁선거법」 제31조에서 제38조까지의 규정을 운용한다.
그 중 기부행위와 관련된 제32조와 33조, 34조 항목을 살펴보면 선거 후보자는 기부행위 제한 기간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해당 규정에 따르면 여기서 기부행위는 이를 받는 대상이 선거인이나 그 가족, 선거인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 혹은 단체, 시설이어야 한다. 따라서 정몽규 회장이 내건 시설 설립을 위한 기부 50억의 공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정몽규 후보에게는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당선이 되더라도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감사에서 받은 징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직무태만을 이유로 자격 정지 이상의 징계가 요구됐다. 이 징계가 확정되면 출마 자체가 불발된다.
또한, 같은 날 7일 허정무 후보가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불투명한 선거 관리에 대해 반발하며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허 후보는 “협회 선거운영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명단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라며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는 위원들에게 공정한 선거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허 후보는 선거인단 구성과 일정 및 절차 공고 방식, 온라인 방식 없이 오프라인으로만 투표가 이루어지는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온라인 방식 없이 투표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선거인단에서 K리그 감독과 선수들의 상당수가 축구협회장 선거일에 예정된 해외 동계 전지훈련으로 선거에서 사실상 배제된다.
또 허 후보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정인 194명보다 21명 부족한 173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제된 21명 중 대다수인 18명이 현장 감독과 선수인 점에서도 특정 직군 배제가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하였다.
법원은 허 후보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에서는 허 후보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선거인단 대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된 점, 선거인단에서 배제된 21명의 투표수가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 절차적 위법은 이 사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선거는 잠정 연기되었지만, 연기된 선거가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스타뉴스를 통해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문을 보고 논의한 뒤 변동된 일정을 공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거 일정이 미루어지게 되면 변수가 발생한다. 후보 등록부터 모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하게 된다면 허정무 후보는 나이 제한으로 출마가 어려워진다. KFA 정관 제4장(임원) 제23조의 2항(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에 따르면 선거일 당일 기준 모든 후보가 만 70세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호적상 생년월일이 1955년 1월 13일로 현재 만 69세인 허 후보는 해당 정관에 위배된다.
그럼에도 허 후보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허 후보는 “나이 제한으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출마의 취지를 더 생각했다”라며 “향후 닥칠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고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 후보 또한 대한축구협회의 선거운영위원회에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신 후보는 8일 선거를 치르지 못하게 된 것이 오롯이 선거운영위원회의 책임이라며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의 해산을 촉구했다.
허 후보가 출마할 수 없다면 신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3파전 구도에서는 각 시도협회장과 연맹 단체장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정 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우세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경쟁을 벌여야 하는 두 후보가 힘을 합치면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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