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를 9개월여 남겨둔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남은 임기 동안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합의 없이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부와 청와대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여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 압박에 이어 법원행정처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법관 후임 인선에도 차질이 예상되면서 조 대법원장의 향후 제청권 행사 역시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64·16기)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1·22기)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이흥구 대법관(63·22기)의 후임으로는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를 제청했다.

문제는 제청 과정에서 불거졌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다시 커졌다. 김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양측이 이견을 조율했지만, 손 부장판사를 놓고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손 부장판사의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제청을 반려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반려가 이뤄지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새로운 후임 후보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두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차질을 빚으면서 조 대법원장의 추가 제청권 행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조 대법원장은 퇴임하기 전 천대엽 대법관(62·21기)의 후임도 제청할 수 있다. 1957년 6월 6일생인 조 대법원장은 내년 6월 5일 정년인 70세를 맞아 퇴임한다. 2021년 5월 8일 임기를 시작한 천 대법관은 내년 5월 7일 임기가 끝난다.

조 대법원장과 이 대통령을 둘러싼 충돌은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이어졌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여당의 사법부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당시 여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주장도 처음 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두고 양측의 충돌이 이어졌다. 해당 법안은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개혁과 관련해 “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이후에는 법원행정처 폐지 주장도 다시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21일 MBC 라디오에서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불합리, 불법을 행했다고 보고 대법원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려야 한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번 서면 제청을 계기로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한 뒤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집행 업무만 담당하는 ‘사법원사무처’를 새롭게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법관 인선이 늦어질 경우 상고심 사건 처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2명이 비면 상고심 사건 처리가 더 늦어져 큰 타격”이라면서 “재판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한 사건 하나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제청 과정에 의문을 나타내는 동시에 대법관 공석에 따른 사건 적체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장이 굳이 협의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면 처음 절차 때부터 (협의하지 않고) 임명 제청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면서 “두 자리를 비우면 대법원 사건 적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퇴임까지 약 9개월을 남겨둔 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인선과 사법행정 개편 문제는 남은 임기를 좌우할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이 반려될 경우 후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데다 내년에는 천 대법관의 후임 인선도 예정돼 있다.
여기에 여당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 권한 분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조 대법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인선과 사법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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