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단행
매장 축소·폐점 수순
영업손실 3,054억 원

면세업계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면세점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최근 몇 년간 면세업계는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수요 급감, 고환율, 소비 트렌드 변화 등의 여파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력 조정과 사업 구조 개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4월 9일, 2021년 말 이전 입사한 부장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근속 5년 이상 직원에게는 성과연봉 기준 15개월 치, 3년 이상 근속자는 12개월 치의 위로금이 제공된다. 또한 5월 31일까지 유급 리프레시 기간이 주어지며, 해당 기간 중 타 직장 취업도 가능하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가 매장 축소에 따른 인력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면세점은 서울 동대문점의 폐점을 결정했다. 영업은 오는 7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운영을 중단한다. 또한 무역센터점도 기존 3개 층 규모에서 2개 층으로 축소된다. 현대면세점은 현재 인천공항 제1, 2터미널과 서울 동대문점, 무역센터점 등 총 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번 결정으로 절반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들게 됐다.
현대면세점은 “회사가 설립된 이후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고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중국 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대내외 경영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세산업 전반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 정상화 및 적자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게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 말까지 동대문점 특허권을 반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 두산타워 내에 위치해 있지만,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현대면세점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롯데, 신세계, HDC신라면세점이 각각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로써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을 제외한 대기업 계열 면세점 대부분이 구조조정을 실시한 셈이다. 지난해 이들 5개 면세점의 영업손실은 총 3,054억 원에 달했다.
면세점 업계는 부진 탈출을 위해 다양한 신사업과 점포 운영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K패션 유통 확대에 나서며, 자체 브랜드 ‘싱귤러’를 론칭하고 일본 긴자점 등 해외 매장에서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K패션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신라는 호텔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기존의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업그레이드한 ‘신라스테이 플러스’를 제주 이호테우점에 개점했으며, 2020년부터는 베트남 다낭에 위탁 운영 방식의 호텔 ‘신라모노그램’을 선보여 투자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운영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호텔 부문 매출은 1,743억 원, 영업이익은 16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3%, 40.4% 증가했다.
한편,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폐점 및 인천공항점 집중 운영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현대면세점 역시 인천공항 매장을 명품 부티크 중심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앞으로 무역센터점과 인천공항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상품 구성의 다각화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차별화된 경험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용두산점은 토속 상품 중심의 구성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코로나19 이전 대비 방문객수 100%, 월평균 매출액 96% 수준까지 회복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면세점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한국적 특색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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