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 재제청 문제로 불거진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입장차가 변호사단체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거부를 헌법상 제청권 행사로 보는 쪽과 대법관 공석 해소가 우선이라는 쪽이 맞서는 구도다. 재제청을 둘러싼 논쟁이 법조계 내부로 번지면서 조희대발 후폭풍도 한층 넓어지는 모습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자리한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한 이후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재제청을 요구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가 제시한 이유였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의 판단은 달랐다. 재제청 요구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나 사유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가 언론 공지에서도 “8월 28일 자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어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변호사단체들의 시각은 여기서부터 갈린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3일 조 대법원장의 선택을 “헌법에 부합하는 판단”으로 규정했다. 헌법에 명시된 대법관 임명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한변이 내세운 입장이다.
제청권의 성격에 대해서도 한변의 판단은 분명하다.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는 지극히 당연한 헌법합치적 판단이자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헌법 수호의 결기를 보여준 결단”이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결코 대통령의 임명권에 종속된 권한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성명에 담겼다.
청와대가 언급한 사전 협의 문제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는 쪽이다. 한변은 “헌법이나 관련 법률 어디에도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 대통령과 사전에 협의하거나 합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라며 “헌법에 없는 사전 합의를 요구하거나 법률에 없는 재제청 의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핵심은 법에 규정되지 않은 절차를 새로운 요건으로 둘 수 없다는 데 있다.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착한법)도 비슷한 방향에 섰다. 이 단체가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 철회와 기존 제청에 따른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이다. “헌법이 정하지 않은 ‘사전 협의’를 제청의 요건으로 삼고, 그 협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대통령의 사전 승인 아래 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는 게 그 근거다.
여당 지도부에서 거론된 조 대법원장 탄핵 문제에도 선을 그었다. 착한법은 “헌법기관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두고 탄핵까지 거론되는 현실을 깊이 우려한다”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그 문언대로 행사한 것을 탄핵의 사유로 삼으려는 시도는 탄핵 제도의 본뜻을 훼손할 뿐 아니라, 사법부를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반대편에 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대법관 공석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민변이 내놓은 논평에는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며 “책임 있는 자세로 대법관 공석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석 상태를 그대로 두는 상황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문제의식이 담겼다. 민변은 “대법원장이 현재의 대법관 공석을 방치한 채 대법관 후보자 제청과 관련한 일체의 절차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헌법정신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대법원장, 국회, 대통령 간의 상호 협력적 임명 절차를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변이 제시한 해법은 기관 간 협의다. 재제청 요구에 서로 다른 판단이 존재한다면 각 기관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입장 표명만 이어질 경우 남는 것은 대법관 공석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결국 변호사단체들 사이의 간극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와 현재의 공석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변과 착한법이 헌법상 제청권에 무게를 두는 동안 민변은 그 권한과 함께 제청 의무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의 대립에서 시작된 재제청 논쟁이 이제 법조계 내부의 헌법 해석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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