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여달라면 ‘그냥 사라’
줄 서야 집 볼 수 있다
“세금 없다” 기대 증폭

“집 보여달라고 부동산에 전화했더니 보지 말고 그냥 사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가격 오른다면서요.” 신혼집을 알아보던 예비 신부 A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등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다시 ‘불장’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가격 상승세는 성동구, 마포구, 양천구, 강동구, 동작구, 영등포구 등으로 확산했고 이제는 종로구, 중구, 서대문구, 광진구까지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외곽 지역인 성북구도 예외가 아니다. 해당 지역은 집값이 상승하며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다. 특히 올해 입주한 장위자이레디언트와 대단지인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에서 높은 가격의 입주권·분양권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3~5월 서울의 자치구 중 15곳은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을 1.3배 이상 초과하는 집값 상승률을 보였다. 이 중 14개 구는 1.5배를 넘겨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매수 희망자는 계속 유입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적은 매물 대비 몰려드는 손님이 많아지자 집을 보여주지 않는 공인중개사도 등장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만 두 명의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도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직후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를 매입한 B 씨는 “아직 잔금을 치르기 전인데 집주인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는 연락을 해왔다”고 전했다.
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예비 신부 A 씨는 “요즘은 집을 보려면 줄을 서야 한다”며 “한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집을 보여주기가 힘드니 ‘그냥 사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한 중개업자는 “매수 문의는 많지만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매물이 부족해 중개사들도 업무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실물 경제는 오히려 침체 흐름을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가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이 쉬워지면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성장률 둔화만으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며 “통화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가격에 다시 상승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의 가계는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2019~2020년에도 실질 경제성장률이 낮은데도 집값이 폭등한 사례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경제지표보다 유동성 흐름이 집값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 부동산 시장의 강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물경제와 괴리된 부동산 과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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