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에 82점 등장
84점 만점에 육박
분양가 불안 반영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 82점짜리 고가점 청약 통장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청약통장 가점 만점이 84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82점은 사실상 만 점급으로, 통상 강남권 인기 단지에서도 당첨 가능성이 높은 점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강남이 아닌 구로에 이 같은 고점 통장이 사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다양한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7일 당첨자를 발표한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전용 84㎡B 타입에서 최고 당첨가점이 82점으로 나타났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7점 부양가족 수 최대 35점을 합산해 산정되며 총점은 84점이다. 82점은 부양가족이 5~6명 이상인 경우에나 가능한 점수로 실제 청약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는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분양가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단지다.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2억 4,060만 원으로 인근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2억 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척동 고척파크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3월 10억 5,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의 분양가는 이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그런데도 고가점 청약 통장이 사용된 것은 분양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과 새 아파트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고가점 통장이 과도하게 사용된 사례로 보인다”며 “강남권이 아닌 지역에 이 같은 점수의 통장이 사용된 것은 자금 부족 또는 시장 불안 심리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비강남권에서도 분양가가 14억 원을 넘는 사례가 나오면서 청약자들의 부담감이 커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분양된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 전용 84㎡는 분양가가 14억 1,400만 원에 달했다.
향후 분양가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15일 발표한 ‘4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541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3,884만 원)보다 약 16.9% 오른 수치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대해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될 예정이어서, 분양가 인상 요인이 추가될 전망이다.

한편 강남권 청약 결과와 비교했을 때도 이번 사례는 특이성이 두드러진다. 올해 2월 청약을 받은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의 최고 당첨가점은 79점이었고 지난해 12월 청약한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78점이었다.
다만 고가점 통장이 실제로 제대로 산정된 점수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지영 아이원 대표는 “구로구 아파트에 80점이 넘는 통장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조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청약자 중 일부가 부양가족 수를 잘못 기입해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당첨 이후 서류 제출 과정에서 부적격 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해당 점수가 정확하게 산정된 것인지 여부는 서류 검토 이후에나 확인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날 당첨자를 발표한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의 최고 당첨가점은 69점으로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보다 낮았다. 69점은 4인 가족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다. 업계에서는 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의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가 청약 가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4,500만 원으로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의 3.3㎡당 3,648만 원보다 약 1,000만 원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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