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조 순매수
SK하이닉스 집중 매수
삼성전자 되레 팔았다

외국인 투자자가 10개월 만에 국내 증시에 복귀했다. 증권가는 대선 이후 정책 공백기가 마무리되고 정책 강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6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25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날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직전 거래일이기도 하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1,067억 원, 두산에너빌리티 671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56억 원, 삼성전자 503억 원, KB금융 280억 원 순으로 매수에 나섰다.

특히 5월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 1,65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10개월 만에 매도 기조를 끝냈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순매도 흐름은 약 38조 5,000억 원 규모로 누적됐으며 이는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이어졌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순매도 규모인 41조 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약 1조 4,76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 4,621억 원, 효성중공업 3,884억 원, 삼성중공업 2,73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의 복귀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이 각국과 관세 협상에 나서면서 통상 리스크가 일부 완화됐고, 1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원화 강세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후퇴하고 있다는 신호, 미국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완화 등이 외국인 수급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이뤄졌다”며 “환율 안정은 외국인 자금 유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 외국인 매수세는 더욱 강화될 수 있으며, 코스피는 6월 단기 과열 해소 단계를 거쳐 하반기부터는 다시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며 연내 3,000선 회복 가능성을 전망했다.

다만 외국인의 유입이 모든 업종에 균등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5월 한 달간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에서는 약 400억 원 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순매수 1위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순매도 규모 1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5월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 1조 2,778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나 2차전지,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는 종목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인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려면 결국 반도체 업종에서의 명확한 수급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가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실제 수급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기업가치 제고 이슈만으로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반도체를 수급 중심축으로 두고 이익 회복 기대가 있는 다른 업종까지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6월 4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64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장 초반 코스피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오전 9시 9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9% 오른 2739.21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홀로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개인은 1,972억 원, 기관은 206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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