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위기설’ 업계 덮쳐
‘악성 미분양’으로 재무 부담
공사비 상승·시장 양극화 영향

지난해 총선이 이루어지는 4월을 기점으로 건설사가 줄도산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등장한 가운데 최근 건설업계가 여전히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7월 위기설’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을 -6.1%로 전망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경고한 가운데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악성 미분양 주택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불거졌던 ‘건설 위기설’이 잊힐 만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가 업계의 불안을 더욱 키우며 ‘7월 위기설’이 확산 중이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강원 춘천에 있는 318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 현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장 인부들의 출입이 끊긴 상태로 알려졌다. 공사는 골조와 전기 배선까지 완료됐지만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부도 처리되면서 입주 예정일이 연기됐고, 공사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
경기 의정부역 인근 주상복합 단지 또한 올해 초 시공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5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가 최근에서야 시공사가 교체되어 겨우 공사가 재개됐다. 이 같은 사례는 국내 건설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건설 경기는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미분양 주택 증가, 수주 감소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 주택은 4월 기준 2만 6,422가구로, 14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에도 판매되지 않은 주택이 늘어남에 따라 건설사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건설사가 속출하며 업계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건설업 말소·폐업 건수가 2년 새 41.5%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들의 고전은 심각한 상황이다. 시공 능력 평가 50위 이내 대형 건설사가 전체 계약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47.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100위 이하 중소 건설사들의 계약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 경기 악화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저성장과 금리 인상, 공사비 급등 등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이 현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건설 경기 침체는 시멘트, 철강, 건자재 등 후방 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1분기 시멘트 출하량은 812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 감소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시멘트 제조사들의 영업이익은 70% 이상 급감했고, 건자재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 역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 전반이 위기에 빠져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중견 건설사도 11곳으로 늘어났다. 1월에는 신동아건설이, 2월에는 삼부토건과 대우조선해양건설, 4월에는 대흥건설 등이 차례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시공 능력 평가 100위권 이내 업체다. 특히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미분양 증가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공통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금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7월에 도입될 DSR 3단계 규제가 주택 시장 수요를 위축시키며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건설산업 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체의 말소·폐업 건수는 221개로 전년 대비 47개 증가했다. 이어 전문 건설사를 포함한 전체 건설업체 말소·폐업은 747건에 달해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사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은 더욱 큰 위기에 놓였다고 전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느 업체가 다음 타자인지에 대한 불안과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건설업계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변화와 적응을 요구받고 있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와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건설비용 관리, 미분양 주택 해소, 수주 경쟁력 강화 등이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7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건설산업뿐 아니라 연관 산업과 고용 시장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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