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병률 세계 최고 수준인 대장암
서구화된 식습관이 주된 원인
비타민 D, 발병 예방에 도움

젊은 층에서 대장암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장암은 인구 10만 명당 61.1명꼴로 발병해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특히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021년 발표한 ‘글로벌 대장암 발병 현황’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45명꼴로 발생해 조사 대상 184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대장암 발병이 고령층뿐 아니라 20대~40대 젊은 층에서도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20대~40대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대장암은 대장이나 직장 점막에서 선종성 용종을 거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대장의 점막은 낡은 세포가 떨어지고 새로 생기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유전자 이상이 생기면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이 일어나 종양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 종양이 악성으로 판단되면 대장암으로 분류한다.
대장암의 발생 원인은 유전적 요인이 10~30%, 환경적 요인이 70~90%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성 대장암 증후군이나 만성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그 외에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고지방·저섬유 식습관, 가공육 섭취, 비만, 운동 부족,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이 위험 요소로 꼽힌다. 특히 50세 이상에서는 유전자 변이 축적으로 인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다만 60세 이상에서는 변비, 변 굵기 변화, 흑색변이나 혈변 등 직접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대장암은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측 대장암은 빈혈, 우측 복부 종괴, 흑색변이 나타난다. 좌측 대장암과 직장암은 혈변, 배변 습관 변화, 변비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장암 진단은 대장내시경과 조직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암의 위치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나뉘며 치료 전략도 달라진다. 전이가 없는 결장암은 수술 후 병기에 따라 항암치료를 추가하고, 직장암은 조기 발견이 아니라면 항암·방사선 치료 후 수술을 진행한다. 젊은 환자에게는 항암 치료나 수술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되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삶의 질과 치료 효과를 고려해 맞춤형 방침을 세운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높다. 1기 환자는 90% 이상, 2기~3기는 60~80%의 생존율을 보인다. 초기에 발견하면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발 우려가 있어 정기검진과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 검진 사업부장은 “대장암 초기에는 고통도 없고 별다른 증상이 없어 정기검진 외에는 현실적으로 발견하기가 어렵다”라며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을 성실하게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장암 예방에는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가지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섬유질과 비타민 D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공육과 기름진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식습관뿐만 아니라 생활 면에서도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절주를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은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변에 혈액이 있는지 분석하는 잠혈검사보다는 최소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1회 대장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1단계 분변잠혈검사에서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2단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폴립이나 암이 있는지 확인한다.
다만 가족력이 있거나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있다면 연령과 상관없이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젊은 환자의 경우 전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비교적 이른 나이인 30대부터 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