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믿고 샀다가 낭패
호재 선반영 후 하락세
입지·시점 따져야 산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예정된 지역은 교통 개선 기대감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된 채 주택 가격이 오르다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GTX 개통까지 걸리는 시간과 지역별 개발 계획 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오산동에 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102㎡는 4월 10일 18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2월 같은 면적이 22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억 원 이상 하락한 수치다.
전용 84㎡ 역시 지난해 8월 16억 6,000만 원까지 거래되었으나 최근에는 15억 500만 원으로 떨어졌다. GTX 개통 기대감에 올랐던 시세가 조정을 받는 셈이다.

GTX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GTX 파주~서울역 구간 개통 기대감으로 7억 8,000만 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7억 100만 원으로 하락했다.
GTX B노선(서울 삼성역~인천 송도)이 예정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더샵퍼스트파크 F13-1BL’ 전용 84㎡는 지난해 9월 10억 5,0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지난달에는 9억 6,000만 원에 거래되며 1억 원 가까이 하락했다.
송도 외곽 지역의 하락 폭은 더 크다.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이달 6억 6,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11월 최고가였던 10억 5,000만 원보다 4억 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더샵마리나베이’ 전용 84㎡도 2022년 2월 12억 4,500만 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5억 8,500만 원~7억 1,000만 원 선에 거래되며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GTX B와 C노선이 모두 정차하는 서울 청량리 일대도 가격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121㎡는 2021년 최고가가 18억 2,000만 원이었지만 최근 거래에서는 16억 6,000만 원으로 하락했다. 교통망 개선이라는 분명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실거래가는 되레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GTX C노선 개발 호재로 한때 집값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 안산시도 최근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5월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안산시는 지난해 12월 100.23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올해 4월에는 99.8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1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간 수치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의 ‘그랑시티자이2차’ 전용 84㎡는 지난 3월 7억 2,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5월 초에는 같은 면적이 6억 5,000만 원에 매매돼 7,000만 원가량 떨어졌다. 인근 ‘푸른마을 5단지’ 전용 59㎡ 역시 5월에 3억 3,500만 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7월 기록한 최고가 3억 9,700만 원 대비 약 6,000만 원 하락했다.
업계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GTX 개통 지연과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지적한다. GTX B노선은 2030년, C노선은 2028년 개통 예정이지만 사업성 문제로 인해 민간사업자 유치가 지연되고 있다.

C노선 일부 지역에서는 변전소나 환기구 설치를 둘러싼 민원까지 발생하며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GTX 신설역이 지역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만. 계획부터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세에 어떤 시점에서 반영될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차역 간 거리가 먼 구조인 만큼 지역별 개발 상황도 다르고 실수요자라면 GTX역과 주거지 간 거리와 시세 반영 시점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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