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가 원산지인 뉴트리아
최대 102cm까지 성장해
습지 생태계에 피해 입혀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야생동물 당국이 주민들에게 최근 개체수가 급증한 ‘이 생물’을 식용으로 활용해 달라고 권장했다. 미국 당국은 고기 맛이 “토끼나 칠면조 고기와 비슷하다”라며 소비를 독려했다. 실제로도 이 동물은 고기의 맛이 닭고기나 오리고기 같은 가금류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도 유해 조수로 지정된 ‘뉴트리아’다.
뉴트리아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가시쥐과 뉴트리아 속에 속하는 설치류의 일종이다. 평균 체중은 4~9kg이지만, 16~17kg까지 나가는 개체들도 존재하며 몸길이는 최대 60cm, 꼬리 길이는 최대 45cm까지 자라난다. 이는 비버의 크기와 맞먹는 크기이다.
초식 위주의 잡식성에 보기에는 카피바라나 비버와 닮아서 유해하지 않을 것 같지만, 문제는 뉴트리아의 식성이 왕성하고 번식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있다.

한국에서는 1985년경 프랑스에서 100여 마리의 뉴트리아를 수입해 온 것이 시초다. 뉴트리아는 일반적으로 식용이나 모피를 위해 사육되는데, 한국도 이러한 이유로 뉴트리아를 처음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설치류 소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관련 사업이 완전히 실패하게 되면서 뉴트리아를 사육하던 농가에서 이들을 기르는 것을 포기하고 자연에 방생한 것이 문제가 됐다.
뉴트리아는 매일 자기 체중의 최대 4분의 1에 달하는 식물을 섭취한다. 뉴트리아의 생태계 파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식성으로 인해 뉴트리아는 당근, 미나리 등 농산물을 공격해 농민들의 작물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습지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된다.

습지 식물은 주변 토양을 붙잡아 습지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뉴트리아는 갈대와 부들의 뿌리까지 섭취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포늪 근처에 서식하는 뉴트리아 때문에 가시연꽃과 같은 희귀 식물이 피해를 본 사례도 존재한다.
번식력도 뛰어나다. 야생 뉴트리아는 1년에 2~4회, 한 번에 5~10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여기에 성장 속도도 빨라 개체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실제 미국에서도 197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박멸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2017년부터 개체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남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현재 대형 포식자가 거의 사라진 한국에서는 뉴트리아의 천적이 거의 없어 개체 수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국립생태원 연구팀은 뉴트리아 개체수 감소를 위한 국내 토종 포유류 포식자를 찾는 데 주력해 왔다. 과거 생태교란종의 대명사였던 황소개구리가 왜가리나 가물치, 메기 등에 의해 숫자가 줄어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멸종 위기종인 삵이 주요 천적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개체 수가 적은 삵으로 뉴트리아의 번식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정부는 2009년부터 뉴트리아를 유해 조수로 지정하고 포획, 수계 차단,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뉴트리아의 개체 수가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14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문 퇴치반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포상금 제도를 통해 포획을 장려하기도 한다. 단, 활이나 도검류, 총 등의 무기를 사용해 뉴트리아를 사냥하려면 수렵 면허증을 가지고 관청에 신고를 거쳐야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활, 총, 석궁, 독극물 등을 사용하지 않고 포획 틀이나 포획망 등의 덫을 사용해서 잡아가야 포상금을 주는 일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는 각 지자체에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이 같은 대대적인 퇴치 작전으로 한반도에서 뉴트리아의 개체 수는 40% 감소했다고 파악된다. 이 때문에 포획 수도 줄었다. 낙동강환경청에 따르면 부산, 경남 전체로는 2014년 7,700여 마리에서 2022년 2,130마리로 72%나 줄었다. 뉴트리아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었던 남한강 상류, 제주 지역에서는 그 흔적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뉴트리아의 왕성한 번식력과 빠른 개체 회복 속도를 고려하면 아직 방심은 이르다.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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