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게에서 시작
두부, 미끼 상품
1,000억 매출 달성

두부 하면 생각나는 그룹이 있다. 바로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작은 채소 가게에서 시작됐다. 1950년 한 농부는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생긴 전쟁고아, 넝마주이들과 함께 공동체 농장을 설립했다.
이들은 ‘함께 일하고 먹자’라는 뜻을 가지고 1976년 풀무원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경기도 양주시 회천동에 4만 평짜리 농장을 만들었다. 농장을 설립한 농부는 바로 ‘1급 유기농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원경선 원장이다.

당시 그는 국내 최초 유기농법으로 채소를 재배하며 주목받았다. 1976년 그는 퇴비를 만들어 농약, 화학비료를 대신했으며 벌레를 손으로 잡으며 채소를 재배했다. 이후 1981년 그의 아들인 원혜영 창업주는 재배 후 남은 채소를 팔기 위해 압구정에 유기농만 취급하는 작은 채소 가게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설립했다.
이것이 본격적인 풀무원 역사의 시작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유기농이라는 개념이 사람들 인식에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다른 채소 대비 가격이 비쌌던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의 유기농 채소들은 버려지기 일쑤였다.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버지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원혜영 창업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원혜영 창업주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미끼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두부다. 채소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 상품이었지만, 이는 훗날 풀무원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당시 풀무원의 두부 가격은 다른 두부 가격의 두 배에 달했지만, 큰 인기를 얻었다. 상인들이 판매하던 두부는 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어 위생상 문제가 있었던 반면 풀무원은 개별 포장으로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1984년에는 친구에게 투자를 받아 ‘풀무원 효소식품’이라는 법인 기업으로 다시 탄생했다. 이때 합류한 사람은 바로 원혜영 창업주의 고교 동창인 남승우 전 대표다. 풀무원이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남 전 대표의 헌신과 노력이 큰 몫을 했다.
개별 포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자 1987년에는 두부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풀무원의 위생 관리 시스템은 그 철저함으로 인해 신문에 실리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서 풀무원은 위생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풀무원 두부는 수요가 늘어났고 1984년 법인 전환 후 7,800만 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8억 6,000만 원으로 급등했다.
이후 1986년에는 80억 원을 돌파했다. 이후 1993년 원 창업주는 풀무원 경영권을 남승우 전 대표에게 넘기게 된다. 남 전 대표가 사업을 물려받은 후에도 풀무원의 매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994년에는 1,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풀무원의 급성장을 지켜본 경쟁사들도 같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풀무원은 흔들림 없이 입지를 지켰다. 그 이유는 풀무원이 일찍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1991년에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풀무원은 2010년 두부의 원조 격인 중국에 진출했고 2014년에는 일본에서 네 번째로 큰 두부 업체인 아사히 식품공업을 인수했다. 이어 2016년에는 미국 내 1위 두부 브랜드인 나소야를 인수하며 입지를 더욱 굳혔다.
그 결과 풀무원은 세계 두부 시장의 주요 4개국 모두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지난해 기준 미국 두부 시장에서 약 75%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부를 발판 삼아 풀무원은 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식품에도 도전했다. 이들은 두부면, 대체육 직화 불고기 등을 선보였다. 이러한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국내 시장에 출시된 두부면은 1년 만에 500만 개가 팔렸으며 이에 풀무원의 매출액은 135% 급등했다.
하지만 2018년 급식 케이크 식중독 사건으로 풀무원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 사건은 전국 184개 유치원 및 급식소에 납품된 풀무원푸드머스의 초코케이크를 먹은 1,156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집단 식중독에 걸린 사건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다.

문제가 발생하자 풀무원푸드머스는 즉시 제품을 자진 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식약처는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관련 업체들을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풀무원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결과에 소비자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풀무원은 한동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 풀무원은 올해도 매출 상승세를 보이며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풀무원의 매출은 7,935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3.1% 상승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13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8.1% 하락한 수치다.
영업이익 감소는 해외 식품 제조 부문에서 적자 폭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클럽채널 MVN 품목 수 조정과 동부공장의 일회성 유지보수가 겹치면서, 미국 내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일본 시장에서는 고정비 부담이 크고 매출이 정체되면서 적자가 계속된 것으로 봤다. 풀무원은 위기를 겪었지만, 끊임없는 혁신과 글로벌 전략으로 다시 도약하고 있다. 앞으로도 ‘바른 먹거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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