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기 전 70억 거래
신축 분양권 불티
서울 공급 감소한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가 급증했다.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공사 완료 전 거래되는 고가 분양권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에서 거래된 분양권·입주권은 총 5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4건보다 246건(96.85%) 증가한 수치다.
분양권은 청약에 당첨돼 신축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들 권리는 실제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올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분양권·입주권은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청담 르엘’이다. 전용면적 111㎡ 입주권이 지난 3월 70억 원에 거래됐으며, 같은 달 전용 84㎡ 입주권은 52억 원에 손바뀜했다. 이 단지는 오는 11월 입주 예정이다.
강남구 삼성동 ‘아크로 삼성’ 입주권도 고가에 거래됐다. 지난 2월 전용 104㎡ 입주권이 70억 원에 팔렸다. 해당 단지는 1981년 지어진 홍실아파트를 재건축한 사업으로, 1대 1 재건축 방식으로 추진돼 임대주택이나 소형 평형 없이 대형 평형(전용 92~167㎡) 위주로 구성됐다. 입주는 2월에 완료됐다.
이 외에도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124㎡ 입주권은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55억 2,800만 원, 55억 5,000만 원, 57억 8,000만 원, 59억 5,000만 원에 거래됐고,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132㎡ 입주권도 54억 5,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모두 공사 완료 전임에도 수십억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처럼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수십억 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는, 서울의 공급 부족과 신축 선호 현상에 있다. 부동산 앱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공급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4만 7,424가구로 서울시 적정 수요인 4만 6,659가구를 소폭 상회한다.
하지만 공급 전망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2026년 4,112가구, 2027년 1만 306가구, 2028년 3,080가구, 2029년 999가구 등으로 급격한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서울은 경기도나 인천과 달리 택지지구 등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구조로, 대부분의 공급이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시정비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조합원이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일반에 공급되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리모델링 등 대체 방식도 일부 추진되고 있지만, 단기간 내 대량 공급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 함께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도 거래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장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보인 연식은 10년 초과 15년 이하 아파트로 8.93%였다.
그 뒤를 이어 5년 이하(8.61%), 5년 초과 10년 이하(7.87%) 아파트가 뒤를 이었다. 반면 15년 초과 20년 이하 아파트는 5.14%, 20년 초과는 5.79%에 그쳤다.

신축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신축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연구위원은 “서울의 공급 가뭄과 신축 선호가 분양권·입주권 거래 수요를 자극한 상황”이라며 “도시정비사업 규제가 지속되면서 사업 속도가 더디고, 원하는 지역에 청약 당첨이 어렵다 보니 프리미엄을 감수하고라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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