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내년 사상 처음 820조 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과감하게 나라 씀씀이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국세 수입이 사상 최대인 500조 원을 돌파하고 향후 경제 규모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며 2030년에는 총지출을 1,000조 원대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국가채무가 늘더라도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면 GDP 대비 채무비율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믿고 있는 세수 증가세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반도체 업황까지 꺾일 경우 이미 크게 늘어난 지출이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13% 가까이 증가한다. 약 10% 늘었던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증가 폭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내년 국세 수입이 사상 최대인 5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있다.
정부가 그리는 재정 확대는 2030년까지 이어진다. 2026~2030년 재정 수입은 연평균 9.9%, 법인세와 소득세 등 국세 수입은 연평균 13.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출도 연평균 8.4%씩 확대한다.
그 결과 올해부터 2030년까지 늘어나는 총지출은 33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를 합친 13년간 증가분 347조9000억원에 가까운 규모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정부가 기대하는 재정 확대 효과에 대해 “과감한 재정투자로 성장의 물꼬를 트고, 그 성장이 다시 재정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적극 재정·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안착시키겠다”라고 설명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경제 규모가 함께 성장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내년부터 2030년까지 48~49%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채무액 자체는 올해 말 1,413조 원에서 내년 말 1,520조 원으로 불어나 1년 사이 107조 원이 증가할 전망이다.

재정지출 1,000조 원을 바라보는 기획예산처의 시각도 적극적이다. 박창환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은 “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42%, 미국이 37.7%인 반면 한국은 35% 수준”이라며 “1,000조 원에 놀랄 게 아니라 더 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견해를 내비쳤다.
문제는 정부가 예상한 세수 증가가 계속될지 여부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조선일보를 통해 “경기 침체가 예상되지 않는 한 이렇게 정부 지출을 빠르게 늘리는 것은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라며 “세수가 계속 증가한다는 게 보장되지 않은 가운데 이렇게 총지출 증가율을 가파르게 올리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크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도체 경기 변화도 변수로 꼽힌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올해는 경제 성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 국민들이 대규모 확장 예산을 동의해 준 측면이 있겠지만 앞으로는 다르다”라며 “반도체 업황이 언제 하향 국면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총지출을 확 늘려 버리면 재정 적자 폭이 불어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경계했다.
현금성 지원의 경우 한번 확대하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지원금 증액 규모가 큰 데다 현금 지원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신중론을 폈다.
정부는 성장과 세수 증가를 전제로 2030년 1,000조 원대 지출까지 내다보고 있다. 반면 내년 국가채무가 이미 1,5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재정 확대의 기반인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기대하는 성장과 세수 확대가 실제 계획대로 이어질지가 향후 확장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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