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제치고 삼성전자 내 2대 노조로 올라선 동행노조가 최근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불과 넉 달 만에 조합원 수를 2,000명대에서 3만 명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세를 키웠지만, 이미 올해 임금협상이 타결되고 3,445억 원 규모의 자사주 보상까지 지급된 상황에서 협상 백지화와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를 추가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요구안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만 11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업계에서는 보상 규모와 요구 시점을 두고 비판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올해 보상 협상이 이미 끝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DX부문 직원들에게 1인당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회사는 합의에 따라 지난달 직원 4만 9,345명에게 총 108만 3,434주를 지급했다. 당시 주가를 적용하면 약 3,445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임금도 6.2% 인상됐다. 이밖에 사내 주택대부 제도가 새로 마련됐고 자녀출산경조금은 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이상 5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샐러리캡 상향 등도 시행되고 있다. 회사가 노사 합의에 따른 보상안을 실제 집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대규모 추가 요구가 나온 셈이다.
더욱이 현재 DX부문의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2분기 DX부문은 매출 48조 원을 기록했지만 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상 첫 분기 적자다. 최근 3년간 12조~14조 원 수준이었던 연간 영업이익도 올해 상반기에는 3,000억 원까지 줄었다. 부품 가격과 물류비 상승, 환율 부담과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연간 기준 적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동행노조가 요구하는 보상 규모가 삼성전자의 기존 성과보상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이 악화된 사업부문에 이미 별도의 자사주 보상까지 이뤄졌는데 추가로 11조 원대 요구를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번 논란에는 또 다른 배경도 있다. 동행노조는 애초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지난해 말 전삼노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등과 공동교섭단을 꾸려 약 5개월 동안 회사와 협상했지만, 사후조정을 앞둔 지난 5월 4일 돌연 공동교섭단에서 빠졌다.
이후 나머지 교섭 주체와 회사 사이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졌고, 합의안에 따른 자사주 지급까지 끝났다. 동행노조는 이제 해당 임금협상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른바 ‘뒷북 요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체결된 노사 합의를 다시 뒤집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교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노사가 오랜 협상 끝에 합의를 체결하고 실제 이행까지 마쳤는데 이후 추가 요구에 따라 협상이 반복된다면 합의의 최종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동행노조의 영향력은 최근 급격히 커졌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조합원은 2,000명대에 불과했지만 임단협 이후 DX부문 직원들의 가입이 몰리면서 현재 3만 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약 2만 4,000명 규모인 전삼노를 추월하면서 삼성전자 2대 노조로 올라섰다.
몸집이 커진 직후 동행노조가 선택한 첫 대규모 행보가 오는 21일 서초사옥 앞 집회인 셈이다. 동행노조는 이 자리에서 보상체계 개선 등을 회사에 요구할 예정이다.
조합원 3만 명 규모로 영향력을 키운 동행노조가 11조 원대 추가 보상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삼성전자 노사 관계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특히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이탈했던 노조가 합의 이행까지 끝난 뒤 다시 협상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21일 집회를 전후로 논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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