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경찰 사직 급증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채용 경쟁률도 하락세

10년 미만 경력을 가진 젊은 경찰들의 자발적 사직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강도는 높아지지만, 보상과 근무 여건은 개선되지 않으면서, 현장 실무를 맡아야 할 경찰 인력이 조직을 이탈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년 미만 경력 경찰의 퇴직자는 3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1명에서 19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10년 이상~20년 미만 경찰의 퇴직도 65명에서 127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은 ‘의원면직’ 형태로, 본인이 자발적으로 사직을 신청해 수리된 경우다.

이러한 경향은 하위 계급일수록 두드러졌다. 경감 이하 하위직 경찰관의 사직은 2020년 124명에서 2023년 401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구대나 파출소 등에서 근무하는 순경, 경장 등 막내 계급의 사직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순경·경장의 경우, 2020년 63명에서 2023년 192명으로 늘었으며 지난해 9월까지도 134명이 조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지구대 및 파출소에서 사직한 인원은 536명에 달했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과도한 업무 부담과 낮은 보상 수준,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직에서 사직한 경찰관들은 “밤샘 당직 근무가 이틀에 한 번꼴로 이어졌고, 초과 근무가 월 60시간을 넘지만 초과수당은 60시간 초과 시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사유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보상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퇴직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형사과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경찰관은 “변사사건을 자주 접하면서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지만 이에 비례하는 보상은 없었다”며 “4교대 근무로 생활 패턴이 불규칙해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일부 경찰은 향후 소방공무원이나 다른 직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직 경찰 사이에서는 “공무원연금 지급 기준인 재직 10년만 채우고 떠나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실제로 제복을 벗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은 제도와 조직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졌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 중인 경위는 “장기 미제 사건 해결 지시로 매주 통계를 제출해야 했고,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구대 소속 경감은 “출근하면 숨이 턱턱 막히는 수준”이라며 근무 강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선에서는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순찰차가 2시간 이상 정차 시 사유를 입력하도록 한 조치 등에 대해 경찰 내부망에서는 “지역경찰을 사지로 몰아넣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반감은 ‘경찰청장 탄핵 청원’으로까지 확산했고, 해당 청원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 열흘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었다.

이러한 상황은 경찰 채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노량진의 한 경찰학원 관계자는 “예전보다 수강생 수가 줄고 있다”며 분위기 변화를 전했다. 순경 공개채용 경쟁률 역시 2019년 30.93대 1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0.1대 1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조기 퇴직이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를 넘어 조직 전반의 응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리더십의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인력 관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저연차 경찰의 퇴직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며, 승진 소요 기간 단축 등 내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이는 공직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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