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세대차별’ 논란
60년생 86세까지 4억 이상 수령
90년생 2057년 적립금 소진으로 못 받아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 쟁점인 자동 조정장치 도입에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이에 격렬한 정치적 대립이 예고된 가운데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차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는 저출생·고령화로 국민연금의 고갈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노령층과 청년층 간 연금 수급액에서 ‘세대차별’이 극심한 것에 따른 파장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재시동이 걸린 만큼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즉, 현 정부가 추진하는 더 내고 더 받거나 그대로 받는 개혁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청년시민단체 ‘연금 개혁 청년 행동’에 따르면 올해 65세인 1960년생 국민연금 가입자가 평균 연령인 86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낸 보험료의 8.4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해당 가입자가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이후 만 60세가 되는 2020년까지 33년간 보험료를 냈다고 가정하면 낸 보험료 총액은 4,909만 원에 그친다. 여기에 1988년 보험료율이 3%이던 시절 한 해 14만 원을 낸 가입자는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275만 원을 내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연금을 받는 첫해(2022년) 첫 달에 받는 돈은 132만 원 수준이다. 즉, 132만 원을 86세까지 24년간 매월 받는다고 생각하면 4억 1,278만 원을 수급받는 것이다. 60년대생인 이들이 낸 보험료는 4,909만 원인데 받는 연금 총수령액은 4억 1,278만 원 수준에 달한다.
더하여 해당 수치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령액은 이보다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청년 행동이 국민연금을 연금 상품으로 가정하고 계산한 연평균 복리 수익률은 1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년대생들과 달리 현재의 연금 구조가 그대로 이어질 경우 1990년대생부터는 국민연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는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 전문위원회가 집계한 ‘제5차 재정 계산’에 따르면 1990년생이 65세가 되는 2055년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측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청년 세대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손영광 청년 행동 공동대표는 “2028년까지 40%로 내려가도록 노무현 정부에서 개혁한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라며 “왜곡된 연금 구조로 인해 쌓인 미적립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자동 조정장치’도 도입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 역시 “내는 돈을 찔끔 올리는 조건으로 연금을 훨씬 더 많이 주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라며 “기성세대에 연금을 더 주겠다는 건 젊은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작은 희망까지 빼앗아 가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하여 23일 약 50년 뒤 한국의 나랏빚이 현재의 6배 수준에 가까운 7,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국회 보고서가 나오면서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는 성장엔진은 서서히 멈추면서 국내총생산(GDP)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걷지만, 국민연금 곳간은 2057년 완전히 고갈돼 나랏빚은 더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2072년 장기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예산처는 현 법령·제도 유지를 전제로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2.2%에서 2072년 0.3%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더하여 국회 예산처는 국민연금 기금의 누적 적립금은 2039년에 최대를 기록한 뒤, 2040년에 적자로 전환한 후, 2057년에 소진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사학연금 기금은 2027년에 최대에 이른 뒤, 이듬해 적자로 전환한 뒤, 2042년에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처는 “국민연금 기금, 사학연금 기금의 적립금 소진 이후의 재정수지 적자는 국가 재정의 큰 위험 요인”이라며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일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 자동 조정장치 도입을 두고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룬 가운데 향후 소득대체율 논의에서 이견을 접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여야가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뜻한다. 즉,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연금 수령액도 커지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3%와 자동 조정장치 도입을 주장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4%와 국회 승인 조건부 자동 조정장치 도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소득대체율 43% vs 44%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노동계에서 여전히 자동조정 장치와 세대별 차등화가 연금 삭감을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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