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상 27억 → 261억 원으로 올라
‘황금바둑판’ 제작 무산된 전남 신안군
13일 기준 약 192억의 시세차익 놓쳐

연일 금값이 치솟으면서 한 지자체의 동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전라남도 함평군에서 제작한 ‘황금박쥐상’이다. 황금박쥐상은 높이 2.18m, 폭 1.5m 크기의 대형 동상이다.
1999년 대동면 일대에 멸종한 줄 알았던 붉은박쥐 162마리가 집단 서식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광 상품화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제작돼 2008년에 완성됐다. 붉은박쥐는 황금박쥐라고 불리기도 하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동물이다.
제작 당시 황금박쥐상은 엄청난 제작비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들었다. 해당 조형물은 당시 순금 162㎏(약 27억 원), 은 281kg(약 1억 3,000만 원) 등 재룟값만 28억 3,000만 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황금박쥐상은 국내에서 순금이 가장 많이 들어간 조형물로 알려졌다.
당시 이석형 함평군수는 “일본 효고현의 경우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억 엔으로 금덩어리 62.7㎏을 구입해 그대로 전시했는데 관광자원이 됐다”라며 “연중 상설 전시되면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고 함평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될 것”이라고 황금박쥐상의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금값의 가파른 상승으로 금값만 약 27억 원의 세금이 들어갔던 이 동상의 가치는 현재 200억을 뛰어넘는다. 12일 기준 한국표준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1g은 15만 8,870원으로, 제작할 당시 순금 1g당 가격인 1만 6,666원에 비해 약 10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은도 이날 1g당 1,489원으로 당시 은 1g당 가격인 462원에 비해 약 3배 오른 금액을 기록했다. 이에 황금박쥐상의 가격도 261억 5,563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순금 시세가 1g당 약 16만 7,700원, 은 시세가 1g당 1,749원이던 지난 10일 기준으로는 황금박쥐상 가격이 276억 5,886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황금박쥐상을 만들고 남은 금, 은, 보석 등 6,600만 원어치를 활용해 2010년에 제작한 금 장식물 ‘오복포란’의 가치도 30억 8,000만 원으로 함께 뛰었다. 이에 황금박쥐상은 ‘함평의 비트코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성공한 투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실제 황금박쥐상은 함평나비대축제와 국향대전 등 함평에서 열리는 축제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인기를 독차지하는 대표 관광 상품이 됐다. 지난 16년간 황금박쥐생태전시관 지하에서 일부 기간에만 만나볼 수 있었으나, 지난해 4월 함평나비대축제에 맞춰 함평추억공작소 1층 특별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겨 상시 전시 중이다.
2019년에는 절도범 3인조가 황금박쥐상을 노리고 절도를 시도하다 경보가 울려 달아났다가 이후 검거되기도 했다. 황금박쥐상이 화제가 되면서 함평군은 황금박쥐를 모티브로 관광 브랜드와 슬로건을 대표하는 캐릭터 ‘황박이’도 만들었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관련해 “함평군의 관광 효자상품인 황금박쥐상을 상시 공개할 수 있어 기쁘다”라며 “다채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로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게 하겠다”라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함평군의 희소식에 마냥 웃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바로 함평군을 벤치마킹해 ‘황금바둑판’을 제작하려다 무산된 전라남도 신안군이다. 2019년 바둑기사 이세돌의 고향으로 알려진 신안군은 이 사실을 알리고 지역 관광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안 비금도에 해당 조형물을 제작하고자 했다.
신안군은 그해 6월에 황금바둑판 제작을 위한 ‘신안군 황금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황금바둑판은 2022년까지 가로 42cm, 세로 45cm의 크기로 순금 189kg을 사용해 조형될 예정이었다. 순금 매입가는 2019년 당시 가격으로 총 100억 8,000만 원으로 예상됐다.
이에 일각에서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신안군의 상황에 지나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신안군은 고심 끝에 황금바둑판과 관련된 사업을 중단했다.
당시 순금 1g의 가격을 5만 3,333원으로 가정하면 12일 한국표준금거래소 순금 1g 가격 기준 순금은 약 3배 올랐다. 현재 황금바둑판이 존재한다면 약 300억 2,643만 원의 가치를 가지는 셈이 된다. 이로써 신안군은 200억가량의 시세차익을 놓치게 됐다.
신안군 관계자는 “당시 황금바둑판 사업은 바둑을 매개로 신안군의 문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지역 관광과 연계해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할 중요한 프로젝트였다”라면서 “현재의 금값 상승 추세와 지역의 관광 여건 등을 감안하면 제작 중단 결정이 더욱 후회된다”라고 밝히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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