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한도 능력 고려해 산정
무주택 서민층의 부담 증가
충분한 유예기간 둘 예정

주택금융공사(HF)에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세입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차주의 소득, 기존 대출 등 상환 능력을 반영해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산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HUG 전세대출 보증의 경우 소득이 낮거나 거의 없더라도 상환 능력을 벗어나는 대출을 받는 부작용이 있어 상환 능력을 반영해 보증 한도를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조처에 관해 설명했다.
세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SGI) 중 한 곳에서 보증을 받고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은행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대신 상환하겠다는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믿고 세입자에게 담보가 없어도 전세대출을 실행해 준다.
특히 HUG의 경우에는 그간 세입자의 소득과 상관없이 전세대출 보증을 해 줬다. 임대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은 4억 원, 지방은 3억 2천만 원까지 대출금의 100%를 보증한다. 수도권에 4억 원짜리 집을 구한 세입자라면 소득과 관계없이 3억 2,000만 원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세입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해당 금액은 HUG가 갚는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경·공매 등을 통해 보증액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에 해마다 전세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대출 보증 규모는 HF가 52조 5,914억 원, HUG가 32조 9,397억 원으로 총 85조 5,311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57조 1,584억 원에 비하면 5년 사이에 약 28조 3,000억 원이 증가했다.
정부와 금융 당국 역시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무주택 실수요자임을 고려해 이런 조처를 주저해 왔다. 그러나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이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부동산 시장 과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전세대출 보증이 3.8% 늘어나면 전셋값은 8.21% 오른다”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세대출 보증이 전셋값과 집값의 연쇄 상승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출 보증 규모 또한 계속해서 커지면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까지 낮추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비싸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은 90%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불어 하반기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에 세입자의 소득과 기존 대출을 고려해 한도에 차등을 둘 방침이다.
보증 한도가 축소되면 은행에서는 대출 심사 기준을 높이거나 금리를 높일 수 있다. 소득이 많지 않거나 이전에 받은 대출이 이미 많이 존재한다면 전세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세입자는 HUG의 보증을 받을 수 없는 대출 금액이 늘어나면 금리가 더 높은 시중의 신용 대출을 받아 이를 충당하는 등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주택 서민층으로선 전세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선택하는 주택 유형의 전세 대출도 어려워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국토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맺는 데 문제가 없도록 제도를 설계할 것”이라며 “유예기간도 충분히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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