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화재 출신 김영혜
한익스프레스 대주주 증여
한화솔루션 과징금 229억

지난 2023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은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이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패소한 가운데 김승연 회장의 누나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빙그레 회장으로 알려진 김승연 회장의 동생과 달리 누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의 누나는 제일화재 출신의 김영혜씨로 확인됐다.
제일화재는 한화그룹 계열의 손해보험사로 정부 수립 이래 처음 순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보험사다. 지난 1949년 설립된 제일화재는 이후 경영난으로 인해 1956년 당대 국내 2위 재벌로 꼽히던 삼호 그룹에 인수된 바 있다. 다만, 1968년 삼호 그룹이 어려워지자, 한국화약 그룹에 인수됐다. 한화그룹의 인수 뒤 1976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제일화재는 이후 자동차보험업에 손을 뻗으며 번영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범 한화가에서 한화그룹을 이어받은 김승연 회장과 빙그레를 이어받은 김호연 형제 간의 상속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계열분리를 진행했다. 이때 장남인 김승연 회장인 한화그룹을 이어받고 차남인 김호연이 빙그레 지분을 이어받았다.
이 시기 두 형제의 누나인 장녀 김영혜도 제일화재 지분을 들고 독립하면서 한화그룹은 한화, 빙그레, 제일화재의 3자 체제로 바뀌었다. 특히 한화그룹은 사실상 거의 유일무이하게 ‘병역특혜논란’이 없는 기업으로 꼽힌다.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 누나 김영혜 전 의장 모두 공군 장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후 제일화재는 국내 보험사 최초로 여자 핸드볼팀을 창단하고 1998년 시기 한보상호신용금고 자산을 인수해 새누리 상호신용금고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소문 사옥을 새로 개축했으며, 2002년에 인터넷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2000년대 중후반 이후 경영난에 부닥치며 매각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5년 뒤인 2007년 메리츠화재가 주식 11.47%를 사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으나, 한화그룹이 김영혜가 보유한 제일화재 주식 26.62%를 전량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이듬해 6월 3일 한화그룹으로 복귀했다.
이어 지난 2009년 12월 30일 한화손해보험과 합병하며 제일화재의 단독 출범 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영혜는 제일화재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참여했다. 제일화재가 한화그룹에 인수되자 김영혜 전 제일화재 이사회 의장은 유가증권시장 운송업체인 한익스프레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제일화재의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지 3개월여 만에 일어났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영혜 씨는 아들인 이석환 씨와 함께 태경화성의 한익스프레스 보유 지분 전량인 50.77%를 73억 1,100만 원에 장외 매입해 한익스프레스의 최대 주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익스프레스의 주요 고객은 한화솔루션, 한화토탈, 한화큐셀, 효성 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익스프레스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며 과대한 과징금을 내는 등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솔루션이 자신의 수출 컨테이너 물동량과 탱크로리 운송 물량 전량을 한익스프레스에 몰아준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20년 12월 과징금 총 229억 7,000만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한화솔루션이 156억 8,700만 원, 한익스프레스는 72억 8,300만 원이다. 다만, 양사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양사의 행정소송은 원고 패소로 판결 났다. 결국 한익스프레스는 과징금을 4회에 걸쳐 냈으며, 지난 2023년 마지막 비용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혜 전 이사회 의장이 주주로 자리 잡고 있는 한익스프레스는 현재 탄탄한 경영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한익스프레스는 지난 2020년 매출액 6,153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1년 매출액 7,763억 원·영업이익 57억 원, 2022년 매출액 8,581억 원·영업이익 199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지난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5,117억 원·영업이익 115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김영혜 전 이사회 의장이 운영 중인 한익스프레스는 지난 2022년 2세 경영 승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김영혜 전 의장이 한익스프레스 소유 지분 20%(240만 주)를 2~3세 4명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네 아들 중 차남 이석환 대표가 18.4%, 며느리 김소연 씨가 1.2%, 손녀 이아윤·이채윤 양이 각각 0.2%를 물려받았다. 이는 한화그룹의 방계 일가로 꼽히는 김영혜 전 의장이 한익스프레스를 인수한 지 13년 만에 후계 승계를 매듭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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