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이탈률
네이버·SK하이닉스 순매수
“국내 증시 개인투자자 주도”
지난 8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sell) 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4조 원 넘게 순매도를 진행하며 국내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외국인 주식 투자금은 29억 4,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유출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이를 지난달 말 달러 대비 원화 환율(1394.7원)로 따지면 약 4조 2,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8월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팔자’로 돌아선 뒤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쳤던 ‘동학 개미’ 역시 최근 등을 돌리고 있어 국장이 불황을 맞았다.
넉 달 연속 순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에 총 145억 4,000만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국내 반도체 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주식 자금이 순유출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주식가 달리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은 8억 1,000만 달러(한화로 약 1조 1,297억 원) 순유입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말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 둔화한 가운데 단기 차익거래 유인 축소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주식과 채권을 합산한 증권투자자 자금은 21억 4,00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며 주식시장에서 이탈률이 급증할 것으로 보였던 업계의 예측과 달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5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 1,000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선물시장에서는 8,000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보여 전반적인 한국 시장에 대한 포지션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 나타났다.
즉,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외국인 수급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주식만 놓고 평가했을 때 국내 정치 리스크 촉발 이후 부정적인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이 행사한 8,000억 원 규모의 선물 매수 중 지난 5거래일간 네이버,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사의 종목을 순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이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런 흐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증권가의 한 연구원은 “정책 영향력으로부터 민감할 수 있는 종목군을 주로 순매도했다”며 “외국인은 반도체, 방산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했고, 정책 관련주(밸류업 등) 비중을 축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대와 정책 공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비중 축소 속도를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수급 중심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상황이 국내 증시의 흐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으며, 변동성을 견인하는 주체는 개인투자자라는 것이다.
한편, 앞서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밝히며 주가 부양 카드를 꺼낸 삼성전자의 주가는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것과 더불어 탄핵 정국 등 정치 리스크가 불거짐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63% 상승한 5만 6,500원에 거래 중이다. 다만, 이보다 앞서 계엄 사태가 터지자 4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 3,612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여전히 삼성전자는 이른바 ‘5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와 관련해 “내년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7만 5,000원에서 2,000원 내린 7만 3,000원으로 하향했다.
이어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 8,000원에서 7만 2,000원으로 19% 가까이 내려 잡는 등 목표주가 하향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추가 하락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역사상 최저점 수준에 있고 중국 경쟁업체인 CXMT에 대한 미국 제재가 시작될 경우 D램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며 “긴 호흡으로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을 추천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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