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재건축 사업
‘흉물 아파트’ 방치 사태
연금공단·LH 의견 차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알짜 부지’로 불리는 공무원 임대아파트인 상록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6년째 제자리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무원연금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의견 차이로 인해 공동사업이 미진한 상태로 추측된다.
지난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4구’로 꼽히는 강동구의 상록아파트는 2년 전 이주가 완료됐음에도 토지를 소유한 공무원연금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공동사업이 미진한 상태로 알려졌다.
당초 이 사업의 운영 주체인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 1984년 지어진 공무원 임대아파트를 700가구에서 약 1,800가구로 확장하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2018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공무원 임대아파트로 쓰겠다는 계획과 달리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연장선이 지나는 더블 역세권으로 업무·상업시설이 더해진 복합 개발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갈등은 시작됐다.
결국 지난 2022년, 민주당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해당 아파트 부지(5만 7,723㎡)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으로 일반분양 400가구와 상업시설을 포함한 고밀 복합 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해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같은 해에 700가구가 이주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의 공시지가만 5,8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치는 약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주를 마친 지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철거되지 않고 흉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면 해당 아파트가 6년 여의 시간 동안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아파트의 복합 개발 사업이 추진력을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공무원연금공단과 토지주택공사가 공동사업을 해야 하는데 복합용지 위치와 토지 보상 가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현재 토지주택공사는 전체 5만 7,723㎡ 중 지하철역과 가까운 남쪽 1만 3,000㎡ 부지에 일반분양 주택과 상업시설을 세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토지주택공사가 계획 중인 해당 부지 평가액은 2,300억 원에 달한다. LH는 이를 비슷한 가치의 수도권 임대 주택 부지와 맞교환할 계획인 만큼 2·3기 신도시 중 후보지를 공단에 제안할 것으로 추측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생각은 다르다. 공무원 연금공단의 한 관계자는 “LH가 제시하는 맞교환 후보지 중 적정한 부지가 있는지 검토 후 의사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히며 “토지 보상 문제가 마무리되면 LH와 공동 시행하는 복합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공무원 연금공단이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해당 아파트는 전두환 정부가 1980년대 주택 500만 가구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시 개발됐던 택지지구 일부에 무주택 공무원을 위한 아파트 단지로 지어졌다. 상록아파트와 함께 조성된 강동구 일대의 대규모 주공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재건축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록아파트인 8단지와 명일 주공 9단지는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의 성공적인 예로 꼽히는 고덕그라시움을 필두로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강남 4구에 흉물처럼 자리 잡은 재건축 아파트들이 갈등을 해결하고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해당 아파트 바로 앞에는 현재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어 상록아파트와 함께 재건축에 돌입하지 못한 고덕 주공9단지의 경우 지난해 안전 진단을 최종 통과 하며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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