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같은 건물에 개업한 약사
영업비밀 취득으로 영업금지 처분
경업금지 위반 사례 빈번히 발생
약국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약사가 퇴시 직후 같은 상가건물에 새로운 약국을 차렸다. 주인이 됐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 법원은 “영업해선 안된다”는 판결을 내려버렸다.
지난달 울산지법은 약사 A씨가 개업한 약국을 상대로 B약국 측이 제기한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A씨는 B약국에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2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자신의 약국을 개업하기 위해 퇴사했다.
그는 지난 1월 새 약국을 차렸는데, 문제는 B약국과 같은 건물에 문을 연 것.
이에 B약국은 A씨의 약국을 영업금지 시켜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단순 개업이 아닌 A씨가 B약국에서 일하며 배운 약품 리스트, 매출 현황 등을 그대로 이용해 개업했기 때문에 B약국 매출 감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B약국은 그동안 같은 건물에 있던 C병원만의 처방하는 약의 종류와 양, 단가 정보 등을 수집해 그에 맞춰 영업했다. 심지어 A씨의 약국은 병원과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B약국의 영업비밀을 취득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의 개업은 부당하여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약국업계에선 ‘경업금지’ 관련 소송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경업금지란 특정상인의 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 상인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자(상업사용인·영업양도인)에게 그의 영업과 경쟁적 성질을 띠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8년 강원도에서 D약사에게 약국을 넘긴 후 가까운 곳에 새로운 약국을 개업한 E약사가 약국 영업 폐지와 위자료 2,500만원을 선고받았다.
D약사는 2016년 권리금 2억원을 지급하고 해당 약국을 양도받아 약국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E약사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약국으로부터 50여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약국을 개업하자 D약사는 E약사가 2015년 다른 약사에게 약국을 넘긴 약사라는 것을 알고 영업금지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E약사에서 D약사로 양도되기까지 중간에 다른 두 명의 약사가 순차적으로 양도받았으며, 매번 비슷한 금액의 권리금이 오고 간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E약사에게 새로 개국한 약국을 폐업할 것과 영업양도일 기준으로 10년 기간인 2025년 11월까지 동일 지역에서 약국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같은 상가 점포에 동종업종이 새로 들어와 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같은 상가에서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BGF리테일은 2018년 10월부터 얀양시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왔는데, 2022년 같은 층에 소매업자 김 씨의 아이스크림 무인 판매점이 들어왔다.
BGF리테일은 ‘이미 개설돼 영업 중인 동일한 업종으로 영업할 수 없다’는 상가 분양계약서를 근거로 판매점 개업 이후 손해금액 1,862만여원을 배상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BGF리테일이 사건 상가 내에서 이와 같은 업종을 독점 운영할 이익이 보장돼 있다고 볼 순 없다”고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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