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만 전 경인방송 회장
중국동포 행세하며 4억원 갈취
앞서 불법 대출 혐의도 저질러
한국인이지만 중국동포(조선족) 행세를 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억원 사기 행각을 벌인 남성이 붙잡혔다. 엄청난 사기 범죄에도 남성은 방송국의 회장으로 버젓이 활동해서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권영만 전 경인방송 회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본인 신분과 위조한 중국동포 신분을 번갈아 사용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검찰 수사 결과, 권 전 회장의 범죄는 24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 2000년, 허위 분양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48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에 2001년 호주로 도피한다.
도피 생활을 하던 권 전 회장은 9년 만인 2010년 중국으로 건너간 브로커를 통해 중국동포 A씨의 여권을 사들이고, 이를 이용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귀국한 그는 우선 소규모 법인을 300만원에 인수해 회사명을 대기업 이름과 유사한 ‘현대도시개발’로 변경한 뒤 회장 행세를 했다.
이듬해 그는 A씨 여권으로 중국동포인 척 피해자 B,C씨에게 접근한다. B씨로부터 “로비자금을 주면 경기도 용인시 신갈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전기통신 공사를 발주해주겠다”며 5,000만원을 빼앗고, C씨에겐 위조된 분양대행 계약서를 주는 대신 3억 5,000만원을 가로챘다.
권 전 회장은 이렇게 벌어들인 4억원을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한다. 돈을 다 쓰자 그는 다시 중국으로 도피했다.
2014년, 그는 다시 본래 자신의 신분 ‘권영만’으로 귀국한다. 그해 앞서 불법 대출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후 건설브로커 등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2월 민영 라디오 방송사인 경인방송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권 전 회장은 “중국동포 A씨 행세를 한 사실이 없다. 피해자들이 닮은 사람과 나를 착각한 것”이라는 황당한 변명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A씨 여권 사본, A씨 명의로 작성한 각종 계약서 등이 나왔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김민수 검사는 최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사건 수사 과정을 알렸다.
수사 시작은 지난 1월 ‘권영만 경인방송 회장이 중국동포 D씨 행세를 하며 사기를 저질렀으니 두 사람이 동일인인지 밝혀달라’는 진정서 하나였다.
김 검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에 따라 권 전 회장과 D씨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사건의 공소시효는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잇단 야근과 주말 출근 끝에 권 전 회장을 체포했다.
한편 권영만 전 회장은 구속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다음 날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경인방송은 해당 소식을 공지하면서 “경인방송은 이기우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재편됐다”며 “해당 사건은 경인방송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확인한다고 법률대리인측은 밝혔다”고 전했다.
이 방송사는 인천광역시와 경기 서부 지역(부천시, 김포시, 광명시,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 오산시, 평택시, 안성시)과 서울 강서 지역(강서구, 양천구)을 가청권역으로 하는 지상파 민영 방송사다.
현재 ‘까칠한 시선 이도형입니다’, ‘이미엽의 모닝 테라스’, ‘박성용의 시선공감’ 등의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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