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25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시민들이 김건희 씨 소유의 경기도 양평 토지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감 중인 김 씨 측으로서는 재산이 묶이는 상황을 피하게 된 셈이다. 앞서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만큼, 법원의 판단이 재차 이어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5-2단독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며 시민들이 제기한 가압류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가압류는 본안 소송 판결 전 채무자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보전처분이다. 법원은 현 단계에서 손해배상 채권의 존재와 범위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향후 배상 판결에 대비해 김 씨 명의의 양평 토지를 우선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시민들이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대해 신청한 가압류 역시 같은 취지로 기각된 바 있다.
시민들을 대리하는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19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김 씨에 대한 징역 1년 8개월 실형 선고 판결은 채무자가 국가 시스템을 유린한 범죄의 주체였음을 확정한 것”이라며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연대 배상 책임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항고장에서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법이 박나래 씨의 이태원 주택에 대한 가압류를 인용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해당 사건에서 소송 발생이 가시화되자 가족 법인 명의로 거액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점이 사해행위의 징표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예인과 매니저 간 1억 원 규모의 분쟁에서는 49억 원 상당 부동산을 가압류하면서, 헌정질서를 뒤흔든 범죄와 관련해 25억 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가압류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심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본안 손해배상 소송과 별개로 보전처분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가압류 단계에서 요구되는 소명 정도와 본안 소송에서의 입증 책임은 구별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압류는 긴급성과 보전 필요성이 인정돼야 하는 절차인 만큼 단순히 형사 판결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용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신청인 측은 이미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단이 내려진 점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 역시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맞서고 있다.
항고심 판단 결과에 따라 향후 유사 사건에서의 보전처분 기준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안 손해배상 청구액이 25억 원에 이르는 만큼, 재산 보전의 필요성을 둘러싼 다툼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압류 인용 여부와 별개로 본안 소송의 심리 과정에서 책임 범위와 손해액 산정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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