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 용어를 ‘북향민’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탈북민연합회는 해당 제안이 “당사자의 존엄과 정체성을 훼손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탈북민연합회는 “정 장관의 발언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용어 변경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공개 충돌로 이어지면서 통일부의 정책 추진 방식과 절차를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전국탈북민연합회는 ‘통일부 정동영 장관의 허위 주장 규탄 성명서’를 통해 “탈북민을 모욕한 정 장관은 즉각 사죄하라”라며 “당사자의 존엄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데에 대해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정 장관이 탈북민 전체가 기존 명칭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발언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으로 온 사람을 ‘북한이탈주민’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는 ‘탈북민’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정 장관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년 통일부 업무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북한이탈주민’이나 ‘탈북민’ 대신 ‘북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탈북자를 북향민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탈북민들 전원이 기존 명칭인 ‘탈북자’라는 명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발언했다.
특히 뉴스 1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정 장관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소인 하나원을 방문해 해당 명칭 변경 방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물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 장관이 하나원을 방문한 것은 장관 초임 시절이던 200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하나원에 입소 중인 탈북민 전원은 ‘탈북민’이라는 단어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졌다.

전국탈북민연합회는 이러한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연합회는 “정 장관의 발언은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탈북민 당사자들의 다양한 인식과 선택을 일방적으로 지워버린 왜곡이자 오만한 일반화”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북향민’이라는 표현이 지닌 의미를 문제 삼았다. 연합회는 “북향(北向)이라는 중의적 표현은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탈북민을 오히려 ‘북을 향하는 사람’으로 오인·왜곡할 소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분단 현실 속에서 탈북민들에게 또 다른 조롱과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위험한 조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장관의 공개 사과와 ‘북향민’ 명칭 도입 검토의 전면 중단, 당사자 단체들과의 공론화 절차 실시를 요구했다.
한편, 통일부는 아직 호칭 변경을 공식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간부회의 등 내부에서는 ‘북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지난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호칭 변경 추진 경과에 대한 질문에 “조속한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사자 단체의 반발이 공개화되면서 용어 변경을 둘러싼 논의 과정과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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