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책임을 묻겠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국정원의 위법 행위 자체는 법원에서 인정됐지만, 손해배상 청구 시점이 늦었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불법 사찰 피해를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이 시효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한 전 총리의 법적 대응은 2심에서도 좌절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2부는 24일 한 전 총리가 국가를 상대로 “3,100만 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라며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라고 밝혔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 전 총리는 국정원 소속 공무원들이 2009년쯤부터 이른바 ‘특명팀’을 활용해 자신을 뒷조사하고, 인터넷에 비방 글을 게시해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2021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3,100만 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의 사찰 행위가 불법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 등을 종합하면 국정원의 원고 사찰 행위는 국정원의 업무 범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정 조직이나 그 조직의 대표를 동원해 국정원이 수립한 전략과 계획에 따라 원고를 공격·비판하고, 법령을 위반해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이미 만료됐다고 봤다.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 종료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지나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국정원 공무원들의 사찰 행위 중 가장 늦은 행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불법행위 시점은 2012년 5월 7일”이라며 “이 사건 소송은 2021년 4월 21일에 제기돼 원고의 손해배상 채권은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시효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제기 시점이 시효를 넘겼다는 점이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됐다.
이로써 한 전 총리가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정원의 불법 사찰 행위 인정과 별개로, 국가의 배상 책임은 시효 규정에 따라 부정된 상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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