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국민배우 이순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평생을 연기에 바친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서 자부심과 열정을 잃지 않았다. 오랜 팬들은 생전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 내 소망”이라던 그의 발언이 유언이 됐다고 전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순재는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드라마와 연극, 영화, 예능을 오가며 한국 연기사의 산증인으로 살아왔다. 그는 장르를 불문하고 수십 년간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tvN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나 받으려고 주저앉아 버리면 늙어버리는 거고, ‘난 아직도 한다’ 하면 되는 것”이라며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쭉 가면 된다”고 말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던 그의 철학이 담긴 말이었다.

2018년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60년 넘게 연기를 이어온 이유를 솔직하게 밝혔다. “내가 미쳐서, 좋아서 이 길을 선택했기에 힘들어도 할 수 있다”며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는 연기하고 싶다, 매 작품이 유작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단 한 순간도 연기를 ‘일’로 여기지 않았던 그의 태도는 후배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무대는 그에게 삶이자 쉼이었다. 2023년 다시 ‘마이웨이’에 출연한 그는 연극 장수상회 무대에서 여전한 열정을 보여줬다. 배우라는 업에 대해 “돈 벌자고 하는 게 아니다, 필요로 하니까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배우는 연기할 때 생명력이 생긴다, 그땐 모든 걸 다 초월한다”고 말한 그는 “그래서 내 소망은 무대에서 쓰러지는 거다, 그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무대를 삶의 일부로 여겼던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발언이었다.

이순재는 배우로서의 원칙을 지키며 평생을 치열하게 살았다. 연기에 대한 그의 자세는 늘 엄격했다. 2024년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그는 최고령의 나이에도 “연기가 쉽지 않다, 평생을 했는데도 안 되고 모자라는 데가 있어서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 누구보다 오래 무대에 섰지만,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에게 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평생 탐구해야 할 인생의 과제였다. 당시 그는 “그동안에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들 수백 명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최대한의 노력을 한 사람이 지금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재는 올해 초 KBS 2TV ‘개소리’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생애 첫 대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마지막 영예를 안았다. 당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며 늘 준비하고 있었다”며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말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며 관객과 동료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이날 수상소감이 그의 마지막 인사가 됐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재학 중이던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1960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발탁된 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이산’, ‘베토벤 바이러스’, ‘공주의 남자’, ‘돈꽃’, ‘개소리’ 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하며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갔다.
드라마뿐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빛났다. ‘로미오와 줄리엣’,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본질을 놓치지 않았다. 또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꽃보다 할배’ 등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며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다.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끝으로 건강 악화로 활동을 중단하고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그리고 이날 새벽 “무대에서 쓰러지고 싶다”던 자신의 소망처럼 끝까지 배우로 남은 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의 일기, 배우 이순재의 생은 곧 무대였다. 영원한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의 연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댓글12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세요
이순재 선생님 좋은 세상에 가세요~♡
명복
삼가고인의 명복을빕니다 좋은곳으로가셔서도 많은꿈 많이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참배울점이많은분이가셨네요 100살까지도 거뜬하게활동하실분인것같아는데 안타까운마음입니다 종은곳에서더좋은작품하시며행복하실길빕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