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벌려고 일했을 뿐인데…국민연금 삭감 대상자 됐습니다”

은퇴 후 근로 소득 발생
평균값 초과 시 연금 감액
시대착오적 제도로 비판받아

최근 고령화사회 등의 여파로 노후 준비를 위해 은퇴 이후에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근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액을 감액당하는 사례가 올해 상반기 기준 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퇴 이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노령연금이 삭감된 수급자 수는 12만 1명으로 확인됐다. 더하여 최근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삭감된 연금액 규모는 약 1,347억 원으로 나타났다.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많은 이들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령연금 수급자 규모가 증가한 영향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국민연금은 노령연금 수급자가 은퇴 이후에 일을 하거나 사업 등으로 기준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 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소득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감액한다. 즉 은퇴 이후 발생한 일정 수준 소득이 확인될 경우 노령연금이 깎이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수급자의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을 넘길 경우 소득 구간에 따라 일정액을 삭감하는 방식이며, 올해 평균 한 달 소득액은 약 299만 원으로 나타났다. 즉 올해는 약 299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 소득 구간에 따라 일정액이 깎이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해를 거듭할수록 노령연금 삭감액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기준 삭감액은 1,699억 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인 2021년 1,724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3년 2,167억 원, 올해 상반기에만 1,347억 원으로 지속 증가 추세다. 이와 같은 노령연금 삭감제도는 소득이 있는 연금 수급자에 대한 과보장을 방지하면서, 연금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노령연금 삭감제도는 구체적으로 이 평균값 초과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일 경우 초과액의 5%를 삭감하되 총 5만 원 미만, ‘100만~200만 원 미만’일 경우 삭감액은 5만~15만 원 미만, ‘200만~300만 원 미만’이면 삭감액은 15만~30만 원 미만 수준이다. 다만 평균값보다 아무리 많은 소득이 발생해도 노령연금의 50%를 넘겨 삭감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초과 소득 구간별 삭감 현황에 따르면 평균값보다 100만 원 미만의 초과 소득이 발생한 이들은 5만 5,242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에게 해당하는 총삭감액은 74억 8,400만 원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득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지급해야 할 노령연금을 삭감한다는 것은 고령층의 노동을 장려해야 하는 고령화 시대에 알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국가기관 등에서는 노령연금 삭감제도 폐지의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에서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안으로 노령연금 폐지를 추진하겠다 밝힌 바 있다. 또한 비슷한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감액 제도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복지부 역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