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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에 남은 ‘마지막 판자촌’…또다시 불길 휩싸였다

이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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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독자 제공

서울 강남 한복판에 남아 있는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또다시 불이 났다. 지난 1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재개발과 주민 이주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복되는 화재로 주거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9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판잣집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한 지역 특성상 불길이 인근 주택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약 10분 뒤인 오후 3시 5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에 나섰다.

구룡마을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강남구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무허가 주거지역이다. 마을이 형성된 배경은 1980년대 서울의 대규모 도시 개발과 맞닿아 있다.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주지를 잃은 철거민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집단 거주지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농사용 비닐하우스 등이 들어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임시 주거시설이 늘어났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거치는 동안 판잣집이 밀집한 마을로 자리 잡았다. 주변 지역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현대적인 도시시설로 바뀌는 동안 구룡마을은 오랫동안 개발에서 비켜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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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위험은 이곳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마주해 온 문제다. 지난 1월 16일에도 불이 나면서 주거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집을 잃은 주민들은 임시 보호시설과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좁은 골목과 밀집된 주택 구조는 화재 발생 시 불길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출처:연합뉴스

구룡마을에서는 현재 주민 이주와 재개발 사업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체 1,107가구 가운데 918가구가 이사를 마쳤다. 그러나 189가구는 여전히 마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주민이 떠났음에도 기존 거주지에 머무는 가구가 남아 있어 안전 관리와 이주 대책이 주요 과제로 남았다.

재개발 계획은 3,739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보상 조건과 임시 거처 제공 방식을 놓고 주민들과 SH 사이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제시된 보상 수준이 현실적인 생활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앞선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들에 대한 지원 역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SH는 이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60~100% 감면하는 임시 공공주택 등 여러 이주 방안을 제안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4월에는 이주하지 않은 주민 등 200여 가구를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5월에는 화재 이후 천막에서 생활하던 주민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하자 정부도 긴급 대응을 지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소방당국에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투입하도록 주문하고, 관계기관에는 주민 대피와 구호에 빈틈이 없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의 추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도 당부했다.

구룡마을은 서울의 개발 역사와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이 함께 남아 있는 공간이다. 재개발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주 조건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9개월 만에 다시 발생한 화재는 남아 있는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여전히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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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 기자
lsh@mobility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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