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가입을 전제로 속도를 내기보다 농어민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는 주문이다.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농수산업계가 제기하는 피해 우려와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CPTPP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국제 통상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CPTPP의 전략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의견과 농수산업계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정책 추진의 전제 조건으로는 농어민과의 신뢰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정책 추진은 농어민들의 신뢰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익을 따져야 한다”라며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에서는 대통령이 말한 ‘원점’의 범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단순히 가입 조건을 손질하는 수준인지, 가입 여부 자체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의미인지에 질문이 집중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결론을 정해 놓지 않고 원점에서 이해관계자들과 먼저 대화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선을 분명히 했다. 특정 결론을 미리 정한 상태에서 의견을 듣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부터 다시 출발하겠다는 취지다.
CPTPP는 일본과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무역협정이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가입 논의가 진행됐으나 농어업계 반발과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의 문제로 최종 신청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바 있다.

산업별로 예상되는 효과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도 가입 논의의 주요 쟁점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CPTPP가 발효될 경우 이후 15년 동안 제조업 생산은 연평균 최대 6조 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농업과 임업, 수산업 생산은 같은 기간 연평균 약 8,5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적인 통상 확대 효과와 특정 산업이 떠안을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가입 추진의 속도보다 논의 과정의 정당성과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제조업 측 기대 효과만으로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농수산업계의 손실 우려까지 다시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CPTPP 가입 여부가 이미 정해진 수순이 아니라 원점에서 다시 판단할 사안으로 돌아가면서 향후 정부와 농어업계의 협의 과정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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