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와 공사비 편의 제공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 측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팀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여사 측은 공무원이 아닌 김 여사에게 직권남용 책임을 물으려면 기능적 지배 관계 등이 성립해야 하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21그램 측이 대신 결제한 것으로 지목된 명품 대금에 대해서도 실제 비용을 돌려줬다는 증거가 있다고 맞섰다. 함께 기소된 윤한홍 의원과 김태영 21그램 대표 측 역시 혐의를 부인했지만,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 측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윤 의원과 김 대표 부부, 김 전 차관도 같은 재판을 받는다.
윤 의원은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이전 업무를 총괄했다. 현재 2차 종합특검팀은 김 여사와 윤 의원이 직권을 남용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던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맡을 수 있도록 다른 건설업체 명의를 빌리는 과정에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이 주목하는 시점은 2022년 4월이다. 김 여사와 윤 의원, 김 대표 등이 관저 후보지를 사전 답사한 이후 대통령 관저 예정지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는 게 특검 측 주장이다.
윤 의원에게는 21그램 측이 다른 건설업체의 상호를 이용해 공사를 수급하고 시공하도록 알선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했고 사무실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업체다. 김 여사가 김 대표 배우자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도 사건 배경으로 거론됐다.
공사비를 둘러싼 금품 제공 의혹도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특검팀은 21그램 관계자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회의에 참석한 직후 김 대표가 디올 의류 등을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 조사에서는 21그램 측이 2022년 5월 김 여사에게 디올 의류와 벨트, 팔찌 등 688만 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7월에는 샤넬 제품 대금 324만 원을 대신 결제한 것으로 조사된 상태다.

김 전 차관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한 증언이 문제가 됐다. 그는 2024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21그램을 추천한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특검팀은 해당 증언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은 이날 재판에서 특검의 공소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변호인은 “김 여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직권남용으로 구성하려면 기능적인 지배 등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결과 발생을 위해 협상, 교섭 등 중간 행위를 의무 없는 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직권남용 혐의의 구체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여사 측은 “사무관에 대한 직권남용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명품 대금과 관련해서는 “디올 의류 등 대금 대납은 실제 먼저 구매한 뒤 비용을 줬다는 증거가 다 있다”며 특검팀의 해석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같은 법정에 선 피고인들의 대응은 엇갈렸다. 윤 의원 측과 김 대표 측은 자신들에게 적용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혐의를 인정하면서 다른 피고인들과 차이를 보였다.
향후 재판에서는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맡게 된 과정과 김 여사 및 윤 의원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명품 대금 제공이 관저 공사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놓고도 특검팀과 김 여사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양측의 주장과 향후 심리 방향을 정리할 예정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