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제청 절차가 당분간 공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은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대한 헌법적 해석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은 상태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사안을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으로 가져가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가능성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청 거부 이후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권한 문제를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양측의 갈등은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를 두고 본격화됐다. 대법원은 전날인 22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8일 전달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외에는 관련 문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요청에 재제청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헌법적 근거도 기재돼 있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구체적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어 요청에 응할 수 없다”라고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한 지 25일 만에 조 대법원장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대법원의 입장이 공개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내며 반박했다. 특히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바라보는 대법원 측의 인식을 문제 삼았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재제청 요청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대법원 측 설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청와대는 “마치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이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제도를 준수하지 않은 흠결이 있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이 더 이상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원장은 헌법기관 구성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대법원과 청와대가 각각 제청권과 임명권을 내세우며 상반된 헌법 해석을 제시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양 기관의 권한 범위를 가릴 가능성도 거론됐다. 권한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 판단이 해법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현재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당장 헌법재판소를 통한 판단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동시에 조 대법원장도 재제청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대법관 후보자 제청 절차를 둘러싼 양측의 대치는 이어지게 됐다.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하고 대법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가운데 별도의 권한쟁의심판까지 검토하지 않으면서 대법관 제청 절차는 당분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양 기관의 입장 차이가 유지될 경우 정치권의 공방과 함께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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