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중복 상장 규제에 나서면서 대기업들의 상장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새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기존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상장 대신 다른 방안을 찾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가치만으로 상장을 추진하던 기존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을 것으로 거론되는 곳은 네이버파이낸셜이다. 네이버는 2019년 네이버페이 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고 현재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 주주총회와 12월 말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친 뒤 네이버파이낸셜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공시한 상태다.
하지만 두나무 편입이 마무리된 뒤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새로운 절차를 넘어야 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물적분할 자회사인 만큼 모회사인 네이버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나무 편입으로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그 이익을 기존 주주들과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것인지가 상장 성사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물적분할 자회사가 아닌 만큼 주주총회 의결 대상은 아니지만,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보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이 가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장을 포기하거나 다른 출구 전략을 선택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 대신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을 직접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최대주주인 SK㈜가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일부를 약 4,000억 원에 인수했고, SK에코플랜트도 약 6,500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며 모두 1조 원가량을 투입했다.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대신 지분 매입이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CJ그룹 역시 상장 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을 상장시키는 대신 지주사인 CJ㈜와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중복 상장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CJ㈜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기업들이 고민하는 지점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회사 몸집을 키운 뒤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성장 전략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만큼 상장 자체보다 주주가치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투자금 회수 방식도 기업공개 중심에서 합병이나 지분 매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회사 가치가 높다고 상장해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라면서 “이제 자회사 IPO는 자금 조달 문제가 아니라 모회사 주주와 이해관계 조정 문제가 됐다”라는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재계의 자회사 상장 전략은 적지 않은 변화를 맞게 됐다. 앞으로는 단순히 기업가치를 높여 상장하는 방식보다 모회사 주주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은 상장 여부는 물론 투자금 회수 방식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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