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3법’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면서 사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전국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 논의에 들어갔지만, 정작 조희대 대법원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법부 수장이 빠진 채 중대 현안을 논의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되면서 법원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법안이 본회의 문턱에 오른 상황에서 사법부 내부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법원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 처장을 포함해 전국 법원장 43명이 참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이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회의체다. 통상 매년 12월 정기 회의를 열며, 현안이 중대할 경우 임시회의를 소집한다. 이번 회의는 국회 입법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성격으로 풀이된다.
회의 안건은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다. 먼저 형법 개정안을 통해 법령을 고의로 왜곡 적용한 판사나 검사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 신설이 포함됐다. 또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법’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도 논의 대상이다. 세 법안 모두 사법권 구조와 재판 절차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사법부의 자기 성찰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사법부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현실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면서 사법제도 개편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처장은 본회의에 상정된 3법이 법원의 본질적 기능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 질서와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법원의 역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는 국민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사법부는 그동안 해당 법안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사법개혁 3법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23일에도 “대한민국 사법부가 8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이라며 정치권에 숙의를 요청했다. 법안 통과 시 사법권 독립과 권한 분산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임시회의에서 나온 의견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 전달될 전망이다. 다만 법안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개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 간 인식 차가 좁혀질지 여부가 향후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법개혁 3법을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과 사법부의 긴장 관계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본회의 처리 여부와 이후 헌법적 쟁점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따라 사법제도 전반의 변화 폭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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