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대 국회가 또다시 사실상 멈춰 섰다. 여야가 ‘3차 상법 개정안’과 사법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24일부터 7박 8일간의 무제한 토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나눠 상정해 순차 처리하겠다는 이른바 ‘살라미’ 전략을 예고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행정통합 특별법을 둘러싼 지역별 갈등과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까지 겹치면서 국회는 입법과 정쟁이 뒤엉킨 복합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자사주 의무 소각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일정 요건 아래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며 즉각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24시간이 지나면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에 부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법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제 도입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 법안도 내달 3일까지 차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국민에게 입법 독주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물러서지 않는 입장을 보이면서 본회의는 장기 대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방 행정체계 개편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전남·광주 통합특별법만 의결됐고 대구·경북과 충남·대전 관련 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민주당 주도로 특정 지역 법안만 통과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산·경남 지자체장들은 자치입법권과 재정권 보장이 빠진 통합은 실질적 권한 이양이 없는 구조라며 정부와 민주당의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통합 논의가 지역별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전국 단위 확산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표결에 부쳐져 찬성 164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에서도 30표 이상이 찬성표로 분류된 것으로 분석됐다.
필리버스터로 본회의 일정이 길어지면서 강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내달 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쟁점 법안 강행 처리 방침과 야당의 전면 저지, 지역 통합 논란과 체포동의안 가결까지 이어지며 22대 국회는 당분간 강경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충돌은 단순한 법안 공방을 넘어 정기국회 전반의 운영 동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개혁 입법을 더 이상 지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쟁점 법안마다 강 대 강 대치가 반복되면서 상임위원회 심사와 추가 법안 논의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이 향후 협치 가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예고한 일정대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야당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반대로 협상 국면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남은 회기 동안 극한 대립이 상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대 국회가 출범 초기부터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여야의 선택이 향후 정국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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