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에 국내 산업계가 또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문제 삼으며 현재 15% 수준인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반도체, 가전, 바이오 등 주요 수출 산업 전반에 파장이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분야는 자동차 업계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 약 97만 대를 수출했으며 경쟁사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관세 인상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증권은 관세가 25%로 오를 경우 현대차·기아의 연간 관세 부담이 10조 8,000억 원에 이를 수 있으며 영업이익은 약 18%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관세 인상에 따라 약 8조 4,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연간 70만 대 수준인 미국 내 생산 능력을 120만 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번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생산기지 공동화 우려도 제기된다. GM한국사업장 역시 미국 수출 비중이 87%에 달하는 만큼 관세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철수설이 재차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나 수출 물량 조정으로 일부 대응이 가능하지만, 한국GM은 가격 인상 없이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도 긴장 상태다.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면,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100% 관세를 부담하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이어갈 경우 최혜국 대우 약속마저 무력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미국 생산기지가 확대될 경우 국내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투자 요구가 거세지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국내 프로젝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가전 업계도 예의주시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및 생활가전 부문에서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25% 관세가 적용되면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전 역시 현재 1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인상 시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바이오산업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의약품에 대해 200%의 고율 관세를 언급했다가 이후 100%, 15% 등으로 조정을 거듭해 왔다. 한국바이오협회는 “현재까지는 국가안보 조항(232조)에 따른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즉각적인 25%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반도체 물가도 100% 상승할 것”이라며 무리한 관세 인상이 미국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될 것임을 지적했다. 업계 역시 실제 조치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실질적인 정책 시행이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정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의 대응에 따라 산업별 피해 수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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