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원이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보다 높다는 점에서 중형이지만, 수십조 원대 피해를 낳은 사건의 규모와 파장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판결 과정에서 권 씨 아내의 탄원서가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사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주목받았다. 이번 선고는 미국 사법당국이 가상자산 대형 사기 사건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가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해 왔지만, 2022년 5월 해당 구조가 붕괴하며 약 400억 달러(약 59조 원)에 달하는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미 연방검찰은 권 씨가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증권사기 등 9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권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뒤 재판 절차에 넘겨졌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 시각) 권 씨의 사기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도전적이었다”라며 선고 사유 설명을 시작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 사건을 “규모 면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재판 초기부터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약 1시간 넘게 양형 배경을 설명한 뒤 권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초 본 재판은 내년 2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권 씨가 검찰과 플리바겐에 합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권 씨는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2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검찰은 나머지 혐의를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유무죄 심리 없이 곧바로 형량 선고 절차가 진행됐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검찰이 구형 상한을 12년으로 설정한 합의에 대해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선고 공판에서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비영리 단체 기부금을 투자했다가 거액을 잃은 피해자와 루나 코인 폭락으로 전 재산을 잃고 노숙 상태에 놓였다고 호소한 피해자 등의 사연이 소개됐다.
판사는 권 씨가 테라·루나 붕괴 이후에도 투자자들에게 “버티라”라고 말하며 진실을 숨겨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리스마적 리더로서의 신뢰를 남용했다”라는 질책도 나왔다.
다만 판결 말미에는 참작 사유도 언급됐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가 최후 진술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권 씨 아내 이 모 씨가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 “정말로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라며 “당신은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판사는 권 씨가 아직 젊다는 점을 언급하며 선고가 내려진 이후에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덧붙였다. 결국 권 씨는 중형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플리바겐과 참작 사유를 통해 15년형을 선고받으며 미국 내 1심 판단을 마무리하게 됐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