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장남 이지호 씨의 입대가 큰 화제를 모은 가운데 재계에서는 재벌 3세 서사를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실천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재벌 2세들은 이를 위해 해병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화로 인해 국제적이고 똑똑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재벌 3세들은 해군 입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 이지호 소위가 해군 장교로 임관했다. 이날 임관식에는 재벌가 오너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가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 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상가에서는 임세령 대상 부회장, 임성민 대상홀딩스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이지호 소위는 임관자들을 대표해 제병 지휘를 맡으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무선마이크를 차고 대열 정중앙 앞줄에 서 “받들어총”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절도있게 통솔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재벌 오너가가 함께 거수경례하는 모습도 화제를 모았다.
이 소위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입대한 것으로 알려지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복무기간이 짧은 병사 복무보다 장교의 길을 택한 그의 선택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공동체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와 같이 재벌 자제들의 장교 출신 이력은 이미지 구축을 위해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다.

삼성가뿐만 아니라 SK 최태원 회장의 딸 최민정 씨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최 씨는 병역 의무 면제 대상인 여성이지만, 해군 장교 임관을 선택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는 해군으로서 가장 힘들다는 함정 승선에 자원하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민정 씨의 선택은 명품숍이나 식품 사업 등을 물려받는 행위가 관례화된 재벌가 딸 문화에 견주어 파격적인 인식을 남겼다.
이처럼 최근 한국 재계 후계자들은 단순히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수준 이상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국적 포기·해외 파병·여성 자원입대 등의 모습은 사회와 함께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과거 병역 논란으로 불신을 샀던 재벌가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자원입대 트렌드는 서구권 지도층의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의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에 자원입대해 태평양 전선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한 이력을 보유 중이다.
그의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또한 1968년 텍사스주방위군에 입대해 제트기 조종사 훈련을 받고 복무를 마쳤다. 사회 지도층이 자발적으로 군에 나서는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러한 흐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재계는 해군 장교는 상류층의 취향이 아닌 글로벌 기업 후계의 문장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는 ‘노블리스 네거티브’의 구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편 과거 오너가들의 장교와 해병대 출신의 이력에 대한 자부심 역시 ‘장교 복무’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우 공군 통역장교 출신으로 복무한 이력이 존재한다. 또한 정기선 HD현대 회장 또한 학생군사교육단(ROTC)으로 지난 2007년 중위로 전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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