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였던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히면서 공공기관 인사 개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2017년 당시 임기가 남아있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의 손광주 전 이사장에게 사표를 종용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산하 공공기관 임명의 최종 결정권은 장관에게 있다”라며 “차관이나 국장이 독자적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보기 어렵고 사직 요구가 피고인의 명시적 승인 없이 문서화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직접적인 사직 요구 정황이 없더라도 일련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역시 사직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은 임기 중 본인의 의사에 반해 해임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사직을 반복적으로 요구한 것은 해당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라며 “조 전 장관이 직접 통화한 직후 사직서가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직 요구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라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을 취하거나 외부 압력에 의해 행동한 정황은 없고 오랜 기간 공직자로 성실히 근무한 점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직접 사직을 요구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라며 “통일부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해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봤다. 또 조 전 장관의 전화 역시 사퇴를 재촉한 것이 아닌 사퇴 시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는 검찰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항소심에서는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행위와 손 전 이사장의 사직 간 인과관계도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기관 인사 개입 전반에 대한 사법 판단의 일환으로, ‘블랙리스트 의혹’ 재판들 가운데 첫 번째 유죄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조 전 장관 외에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중앙부처 전반에서 전 정권 인사들의 사퇴를 종용한 정황이 있었다며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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