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필리핀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의혹을 부인해 온 기획재정부가 실제로는 권 의원의 요청과 관련된 정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한겨레21이 단독 입수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한겨레21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피비비엠(PBBM)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 관련 보고’ 문서에는 권 의원이 최소 두 차례 사업 지원을 요청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는 기재부 개발전략과가 지난해 5월 22일 작성한 것으로, ‘국장급 이상 열람 가능’ 등급의 보안 문서다. 여기에는 “24.5.9일 권성동 의원 사업 지원 검토 요청”과 “24.5.21일 권 의원실 방문, 필리핀 대통령 숙원사업임을 고려해 사업 지원 요청”이라는 기록이 명시됐다. 이는 권 의원이 2월부터 5월 사이 최소 세 차례 압력을 행사했다는 기존 보도를 사실상 뒷받침한다.
문서에는 수출입은행이 권 의원의 요청 이후 입장을 변경한 정황도 나타난다. 수출입은행은 2024년 5월 17일 필리핀 농업개혁부와의 면담에서 “사업 추진이 어렵다”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으나, 같은 보고서에서 “필리핀 정부가 권 의원을 통해 불만을 제기했다”라는 대목이 포함됐다.

기재부 또한 마찬가지다. 애초 기재부는 부정부패 가능성과 사업 부실 우려 등을 이유로 EDCF 차관 지원을 거부했지만, 권 의원의 재차 요청 이후 “시범 사업 형태로 일부 교량을 먼저 추진하자”라는 수정 의견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2월 작성한 검토 보고서에서는 “사업 추진 리스크와 낮은 기업 참여율을 고려해 EDCF 지원이 곤란하다”라고 명시했으나, 5월 보고서에는 “수원국의 강한 요청에 따라 시범 사업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는 문구로 변화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2024년 10월 수출입은행에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 타당성 조사를 발주했고 전체 350개 교량 규모를 70개로 축소한 시범 조사를 추진했다. 이는 관련 의혹이 보도된 후 사업 중지를 지시하고 나서야 절차가 중단됐다. 그러나 해당 용역비 16억 3,000만 원 중 6억 원은 이미 낙찰 업체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은 그간 “국내 기업의 참여 의향이 새로 확인돼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내부 보고서에는 여전히 사업 부실 우려와 부정부패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었다.
특히 기재부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 “처음 듣는 일”이라며 부인했으나, 두 달 뒤인 2025년 11월 7일 국회 질의에 “5월 21일 권 의원 요청으로 관계자가 의원실을 방문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보고서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외교관계 등 비공개 정보가 포함돼 있다”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권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 9월 “국회의원 개인이 EDCF 차관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라며 “보도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여당 원내대표를 두 차례 역임한 핵심 인사로, 그의 ‘요청’이 단순한 건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기재부의 문서가 공개되면서 권 의원의 직권남용 및 외압 의혹이 다시 쟁점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실 사업’으로 판단했던 프로젝트의 방향이 정치적 개입 이후 급변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향후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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