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경북에서 생산되던 사과
기후 변화로 주산지 변화해
2070년에는 강원 일부만 생산

겨울에는 귤이 있다면 가을에는 ‘이 과일’이 있다. 국내에서 귤과 함께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 과일은 가장 높은 선호도를 자랑하기도 한다. 바로 인간의 손에서 오랜 시간 재배되어 온 사과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원장 한두봉)이 지난 1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최한 ‘2023 식품 소비 행태조사 결과 발표대회’에서 나왔다. 이날 발표된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전체 가구의 15.1%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로 사과를 꼽았으며, 다음으로 수박(13.0%), 복숭아(8.2%), 딸기(7.9%), 참외(7.0%) 순으로 나타났다.
사과는 높은 선호도만큼이나 오랜 시간 재배되어 왔다. 사과는 약 4,000년 전인 기원전 20세기경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에서도 사과와 관련한 최초의 기록이 통일신라 879년에 남아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재배의 역사가 깊은 만큼 사과는 많은 교배와 개량을 거치면서 그 맛과 품종도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1930년대부터 육성된 부사와 1988년 국내에서 개발한 홍로가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이들은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단단하다는 특징이 있어 유통 과정에서 쉽게 품질이 상하지 않고, 저장성이 뛰어나다.
영양 면에서도 사과는 ‘자연의 약’으로 불릴 정도로 효능이 뛰어나다. 사과 속 펙틴이 콜레스테롤을 조절해 심혈관계 질환에 좋고, 비타민 C는 피로 해소를 돕고, 식이섬유는 변비를 줄여주고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 껍질에는 폴리페놀계의 항산화력을 가진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함유되어 있어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국민 과일’ 자리를 오랜 시간 지켜 온 사과가 위기에 처했다. 2023년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무려 30.3%나 감소하며, 39만 4천 톤에 그쳤다. 이는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 때문에 사과의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농경연은 지난 5월 사과(부사) 가격을 10kg에 6만 5,000원으로 예측했다. 올해 사과 주산지인 경북 북부 지역에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인해 재배 면적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이러한 요인을 제외해도 사과의 생산량은 점차 주는 추세다.
사과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 주된 이유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사과는 일조량과 낮은 기온, 큰 일교차가 필수인 과일이다. 이 때문에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재배하는 것이 적합하다. 과거 경북, 경남, 대구 등 영남 산간 지역이 주산지였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운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사과 재배지 또한 북상하고 있다. 특히 사과는 일교차에 따라 당도가 달라지는 작물이기 때문에 밤 기온이 서늘할수록 키우기 좋은데, 남부지방의 열대야가 나날이 심해지면서 사과 재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강원도에서 사과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기후변화에 따른 ‘6대 과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가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50여 년 뒤인 2070년에는 한반도에서 사과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는 재배 지역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과의 품질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우박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농작물에 직접적으로 손상을 입히는 우박은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힌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잘 발생하는 탄저병 역시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주범이다. 탄저병은 비바람을 통해 과실 표면에 탄저균이라는 곰팡이 포자가 침투해 발생하는 병해로, 한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홍로가 탄저병에 약한 특징이 있어 국내 사과의 생산량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일 품종 다양화’를 제안하고 있다. 다양한 품종을 개발·보급하면 이상기후와 병해충 피해를 줄이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지역 농업기술센터와의 협업을 통한 전문 재배단지 조성, 농가 교육 확대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후 변화로 인한 ‘국민 과일’ 사과의 위기는 단순한 식탁의 변화 그 이상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 안보 차원에서 정부와 산업계의 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0